[이승록의 나침반] SM, 수호X이세린 듀엣곡 하나 냅시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이세린이 첫 소절에서 "왜 그래" 하는 순간 이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MBC '듀엣가요제'. 이세린은 아이돌그룹 EXO 멤버 수호의 비(非)연예인 파트너였다. 같은 날 '듀엣가요제'에는 소찬휘, 바다에 양파, 나윤권 등 뛰어난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음에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403점으로 꼴찌를 한 수호와 이세린이었다.

'듀엣은 조화'라는 사실은 이 두 사람이 증명하며 감동을 일궜기 때문이다. 티끌 하나 없이 청아하게 내지르는 이세린의 목소리는 의외로 힘 있었고, 부드럽게 이세린의 노래를 감싸안는 수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따듯했다. 수호에게선 '아이돌 가수의 가창력 한번 보여주겠다'는 욕심따위 없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럽게 이세린의 목소리를 받쳐줬다.

사실 둘의 만남 자체가 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수호는 최정상 K팝 그룹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EXO의 리더였고, 이세린은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었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다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을 포기하고 자동차 홍보도우미가 된 소녀. 같은 꿈의 엇갈린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선 순간 마치 영화 같은 무대가 시작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 영화 같은 무대의 기적은 수호와 이세린이 서로를 의지하는 순간 터져나왔다. 숱한 공연을 뛰어다닌 수호였지만 EXO 멤버들 없이 홀로 무대에서 노래한 건 처음이었고, 마이크 잡은 손은 덜덜 떨렸다. 그런 수호의 눈을 간절히 바라보며 노래한 게 이세린이었으며, 그 순간 둘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도대체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거야!"라고 부르짖을 수 있었다.

연습생 생활을 그만두고도 부모님에게 고백하지 못했다며 눈물 흘린 이세린이다. "엄마, 아빠 나 데뷔한 건 아니지만 무대에서 가수 분이랑 같이 무대하는 거 예쁘게 봐주고, 사랑해."

이들은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여러 무대가 그렇듯 끝을 최대한 끌어 점수를 올리는 편곡도 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노래만 했을 뿐이다.

다만 오랜만에 듀엣 무대의 감동을 되살린 두 사람 수호와 이세린의 이 화음을 이대로 끝내버려야 한다면, 그건 아무래도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 될 것만 같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