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남주 샤워신은 필수"…외국이 본 韓드라마 민낯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세 번째 공식. '남자 주인공의 샤워 신은 필수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비키'와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미·중 합작 드라마 '드라마월드'는 한국 드라마의 현실을 은근히 까발린다.

'드라마월드'는 한국 드라마 광팬인 미국 소녀 클레어가 엉겁결에 자신이 즐겨 보는 한국 드라마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클레어는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작품은 퍽 가벼운 웃음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극 중 묘사된 한국 드라마의 민낯은 꽤 쓴웃음을 남긴다. 위 대사도 '드라마월드' 길라잡이가 클레어에게 알려주는 한국 드라마 규칙 중 하나다.

남주인공이 거만한 성격의 부잣집 아들에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셰프가 되고,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식당 아르바이트생이란 낯익은 설정도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 인물 관계를 고스란히 옮긴 탓이다. 둘 사이를 훼방 놓는 악녀 캐릭터도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클레어가 브랜드 로고가 가려진 자동차에 의아해 하거나, 화장품 상점에서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 된 화장품 덕을 톡톡히 보는 장면은 한국 드라마의 간접 광고를 풍자한 장면이다.

"기절하며 쓰러지는 여자는 남자 캐릭터가 구한다"는 규칙을 들은 클레어가 시험 삼아 뒤로 넘어지자 실제로 한 남자 캐릭터가 느닷없이 나타나 붙들어주는 장면은 우습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우리 드라마의 클리셰(진부한 표현)다.

최시원, 이지아 등 한국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고 한국 스태프들이 동원됐으나 '드라마월드'는 신예 크리스 마틴 감독이 연출하고 조시 빌리그와 극본을 함께 쓴 외국 작품이다. 여주인공 클레어는 호주 출신의 리브 휴슨이 연기했다. 제작은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와 한국, 미국, 중국의 회사에서 합작했다.

비키나 넷플릭스처럼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매체에서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작품으로 내놓은 건 그만큼 한류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도 '드라마월드'가 보여준 한국 드라마의 설정들은 낯설지만 신선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다만 '드라마월드'에서 묘사한 한국 드라마의 규칙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는 어렵다. 과장되거나 허무맹랑한 전개와 적나라한 간접 광고 등이 그동안 많은 한국 드라마의 작품성을 깎아 내린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극 중 클레어가 김치를 집어 들고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괜스레 멋쩍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사진 = '드라마월드' 예고 영상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