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韓드라마, 너 또 삼각관계냐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삼각관계였던 적이 있다.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를 아는 형도 좋아했다. 내가 남자A, 그 형이 남자B였다. B의 존재는 그 여자아이와 소위 '썸' 탈 때 알았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 중이었는데, 그 여자아이가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힐끔 보더니 받지 않았다. 그게 B였다.

그때 '아, B도 이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눈치챘다. 그리고 슬쩍 본 여자아이의 눈빛에서 B를 피하고 있단 걸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드라마 남주인공이라도 된 양 의기양양했다. B에게는 왠지 서브 남주인공을 향한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승자는 내가 아니었다. B도 아니었다. A나 B보다 더 남자다운 남자C가 그 여자아이의 최종 선택이었다. 삼각관계가 아닌 사각관계였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드라마에선 온통 삼각관계뿐이라 차마 또 다른 C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B에게 보낸 측은지심은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요즘 MBC '옥중화'가 삼각관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죄수를 관리하는 전옥서 다모 출신 옥녀(진세연)가 윤태원(고수)과 '썸' 타고 있는데, 명종(서하준)이 옥녀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MBC '몬스터'는 아무리 복수하기 바빠도 삼각관계는 대충 넘기지 않는다. 방영되지도 않은 SBS 신작 '질투의 화신'은 이미 삼각관계라고 공언했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래도 뻔한 삼각관계는 아니겠지 믿고 싶다.

삼각관계 집착이다. tvN '응답하라1988'은 어쩌다 가족극이 '남편 찾기' 삼각관계 드라마가 됐고, '치즈인더트랩' 속 삼각관계는 브라운관 밖까지 치열했을 정도다. 한 여자를 둔 두 남자의 대결이란 설정은 일종의 공식 같다. tvN '또 오해영'은 남주인공을 두고 두 여인이 갈등했으니 그나마 이색적 삼각관계였다.

현실 속 인간사는 삼각, 사각, 오각도 모자로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데 우리 드라마는 맨 삼각관계다.

천편일률 삼각관계 드라마가 야속하다. 그 여자아이의 전화 벨이 울리던 그날, 인생이 드라마 속 삼각관계보다 훨씬 복잡하단 걸 알았더라면, 섣불리 '해피엔딩'을 예상하거나, 적어도 '반전 충격 결말'로 종영하진 않았을 거다.

하긴 사극 속 임금부터 삼각관계에 빠졌으니, 말 다했다.

[사진 = MBC 방송 화면-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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