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운빨로맨스', 어쩌다 '그녀는 예뻤다' 시즌2 됐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운빨'만으로는 완성도를 채우기 부족했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가 14일 종영했다.

미신으로 맺어진 사랑이라는 특이한 소재였으나 원작 웹툰의 매력을 충분히 못 살린 건 남주인공의 설정 변화 탓이 컸다.

웹툰에선 짠돌이 회사원이던 남주인공이 드라마에선 게임회사 CEO로 바뀌었다. 돈에 집착하는 이성적 남자와 미신에 집착하는 운명론적 여자가 서로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이 웹툰의 핵심 재미였는데, 이를 제거한 채 드라마가 시작된 셈이다.

드라마 속 까칠한 CEO 남주인공은 '운빨로맨스' 말고도 숱한 드라마에서 봐왔던 익숙한 캐릭터였다. 덕분에 드라마는 소위 '백마 탄 왕자님'과 '가난한 여주인공'이라는 흔한 구도가 되고 말았다.

초반 극본 작업에도 참여했던 연출자 김경희 PD는 당초 제작발표회에서 남주인공 설정 변경과 관련 "웹툰의 평범한 20대 샐러리맨 짠돌이가 건물주가 되는데 짠돌이 설정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드라마의 남주인공으로 행동하는 데 제약이 있더라"고 했다.

"대한민국 청춘들이 힘든데 '돈을 아끼면 너희도 몇 억짜리 건물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인공이지 않나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CEO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라고 얼마나 현실적이었는지 의문이다.

촘촘하지 못한 전개는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우연의 반복'이라는 손쉬운 도구는 제수호(류준열)와 심보늬(황정음)의 첫 만남부터 꺼내 들었다. 한설희(이청아)와 최건욱(이수혁)이 사랑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돌연 마음을 바꾸는 태도 변화는 설득력을 주기에는 느닷없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공교롭게도 배우 황정음의 전작 MBC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게 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남주인공이 어릴 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는 설정은 '그녀는 예뻤다'와 동일했다. 남주인공의 회사에 여주인공이 들어가 연인으로 이어지는 전개 또한 '그녀는 예뻤다'와 비슷했다. 남녀주인공을 좋아하는 또 다른 남녀의 사각관계 설정도 두 드라마가 닮아 있었다. 극 중 회사로 나온 세트 배경이 마치 같은 사무실처럼 친숙했던 것 역시 이러한 착시에 한몫했다.

배우 류준열과 황정음에게는 각자 다른 의미의 큰 도전이었다.

데뷔 첫 로맨틱 코미디 남주인공이었던 류준열은 큰 인기 끌었던 전작 '응답하라1988'의 선명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인상이 강했다.

속마음을 꾹꾹 눌렀던 '응답하라1988' 정환과 달리 '운빨로맨스' 제수호는 애교 많고 표현도 적극적인 남자였는데, 류준열이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던 부분이다.

연기력으로 이미 검증 받은 황정음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멜로와 코믹이 혼합된 연기를 능란하게 펼쳐냈다.

단, 지난 작품 '킬미, 힐미'와 '그녀는 예뻤다'의 잔상이 워낙 진해 아무리 황정음이라도 이를 지우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극 후반부 코믹 연기의 비중이 준 것도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대중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류준열과 황정음 모두 전작의 벽이 예상보다 두터웠다.

류준열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했으나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응답하라1988'과 상반된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졌고, 황정음은 캐릭터가 매 작품 바뀌었음에도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반복되며 낯익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사진 = MBC 방송 화면-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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