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보니하니' 새 MC 뽑기, 어쩌다 서바이벌 되었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하나뿐인 '하니'가 되기 위해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경쟁 중이다.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 새 MC 후보가 4인으로 좁혀졌다. 이진솔(15), 김시은(16), 조은서(16), 김시은(17)이다. 제작진은 29일부터 4일간 한 명씩 생방송에 내보낸다. 일종의 실전 테스트인 셈이다. 최종 선발된 새 '하니'는 9월 2일 발표된다.

'보니하니' 새 MC를 방송에서 경쟁시켜 공개 선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원자만 1천여 명이 몰릴 정도였다니, '보니하니'를 향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을 새 MC에 반영하겠단 제작진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교육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마저 '서바이벌' 형식으로 변모한 현실은 곱씹을수록 씁쓸하다.

지난주 특집 프로그램에선 4인의 후보가 생방송 순서를 정하기 위해 대결을 벌였는데, 댄스 배틀에 남자 아이돌그룹 이름 대기 등 일부 대결 방식도 허탈했지만, 카메라를 향해 이를 악물고 춤을 추는 네 여자아이들의 표정이 몹시 절실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살아남는 건 단 한 명뿐이란 걸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등뿐인 세상'의 축소판이 된 '보니하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교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시작된 순위 경쟁이 어른이 될수록 점차 심화되고, 이젠 TV를 켜도 온통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꿈을 이루어 드립니다'란 그럴싸한 선전 아래 무수한 줄 세우기가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그 사이 개인이 지닌 내면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외면된 지 오래이며, 사회가 정한 기준을 벗어난 개인은 '쓸모 없는 존재'로 버림받았다. 사회가 전 구성원을 모두 끌어안지 못하고, 낙오자를 양성하는 경쟁 집착 사회로 기운 것이다.

그러나 '쓸모 없는 존재'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 시험에서 꼴등을 할지언정 미처 시험 문제로 가려내지 못한 각자의 존귀한 능력을 우리 모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찾아내고 용기를 불어넣는 게 바로 교육의 역할이다.

교육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면 신중했어야 한다. 지금의 '서바이벌' 과정으로 뽑힌 새 '하니'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하니' 선발에서 탈락한 아이들에겐 교육방송은 과연 용기를 준 걸까, 아니면 희망을 앗은 걸까.

'하니'는 '초통령'으로 불릴 만큼 아이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다. 다만, '서바이벌'로 곧 뽑힐 새 '하니'가 훗날 방송에서 "꿈에는 등수가 없어요", "이 세상에는 순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라고 말한들 이 경쟁 과정을 모두 지켜본 아이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혹, 어떤 어린이 시청자가 '하니'에게 "그때 탈락한 다른 '하니'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묻는다면 새 '하니'는 대체 무슨 대답을 해줘야 한단 말인가.

[사진 = EBS 방송 화면-EB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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