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비록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은퇴지만 '전병두'이기에 마지막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전병두가 은퇴를 결정하고 팬들을 위해 마운드에서 마지막 피칭을 한다"고 8일 밝혔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물론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4차원'이라는 말도 듣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착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또 그는 낯을 많이 가린다. 말을 할 때 때로는 옆에서도 잘 안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
낯가림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안다. 때문에 선후배를 막론하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친한 선수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전병두라는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의 퇴근 때 경호 역할을 수행했던 한 사람은 "옆에서 볼 때 전병두처럼 팬들에게는 물론이고 내게 대해줬던 선수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는 연봉에서도 드러난다. 전병두는 2009년 맹활약으로 인해 연봉이 45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주축 투수 역할을 했지만 연봉 인상폭은 각각 1000만원씩이었다. 연봉 인상폭을 놓고 충분히 욕심을 부릴만 했지만 그는 별 말 없이 도장을 찍었다.
5년여에 이르는 기나긴 재활. 때문에 실력이 좋더라도 구단에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면 충분히 방출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SK는 전병두를 포기하지 않았다.
5년 동안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2013년 1억 1000만원, 2014년 8000만원, 2015년 5600만원, 2016년 5000만원까지 연봉 삭감폭을 최소화했다. 모두 전병두가 베풀어 놓은 것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은퇴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은퇴식은 여러차례 치른 SK지만 은퇴경기는 이번 전병두가 처음이다.
SK는 "전병두가 2008년 시즌 중에 이적해와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차례의 준우승에 기여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훈련 태도로 선후배 선수들에 귀감이 되면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점을 높이 평가해 1군 마운드에서 홈팬들에게 마지막 피칭을 할 수 있는 은퇴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은퇴 소감 역시 끝까지 전병두답다. 소감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어느덧 재활 훈련을 시작한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팬들과 동료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은퇴 이후에 야구계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보답하고 싶다. 오랜 재활을 하면서 1군 마운드에서 한번 던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것을 도와주신 김용희 감독님과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좋은 사람' 전병두가 아쉬움 남는 선수 시절을 지나 화려한 2막을 열기를 기대해본다.
[전병두. 사진=마이데일리DB,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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