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W'가 허문 한드의 한계…'끝' 아닌 '계속'이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드라마 'W'는 두 세계의 경계를 파괴했고, 한국 드라마의 한계를 허물었다.

보수적인 지상파 채널에서 보기 힘든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 고질병인 '삼각 로맨스'를 치유했고, 시청률 꼼수인 '막장 전개'도 사용하지 않은 채 웹툰과 현실 세계의 치열한 대립을 끝까지 밀고 갔다. 덕분에 한국 드라마 역사가 'W'로 진일보했다.

송재정 작가는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의 진실을 캐물으며 작가 의지에 반한다는 설정을 따라오게 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실존하는가?'란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졌다. 철학적인 메시지가 'W' 속 두 세계와 우리의 현실 세계까지 관통한 셈이다.

결말은 아쉬움이 남는다. 강철과 아버지 오성무(김의성) 사이에서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에 오연주(한효주)를 몰아넣은 과정은 탁월하게 역설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성무 스스로 소멸을 선택했기에 여주인공 연주는 끝내 주체적인 인물이 되지 못했다. 사실상 모든 사건의 발단이 연주가 웹툰에 개입하며 시작됐는데, 연주를 아버지의 희생으로 사랑을 얻은 딸로 비쳐지게 한 점도 연주의 주체성을 상실시킨 격이다.

웹툰 세계는 오성무 작가가 사라졌음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완결된 웹툰에서 강철은 대체 어떻게 연주의 세계로 건너올 수 있었는지 등은 명확하게 그려지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순 있겠으나, 시청자들이 직접 메우기에는 극본의 빈 공간은 꽤 커다랬다.

연출은 사전 제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초반, 웹툰과 현실의 경계가 중첩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실감나는 CG는 중반부로 이어지며 줄었고, 강철과 경찰의 추격전이 허술하게 펼쳐지는 등 제작 시간 부족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드라마 사전 제작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W'가 사전 제작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탄탄한 작품이 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배우 이종석은 웹툰 주인공이라는 설정에 딱 들어맞을 만큼 외향적으로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냉정한 성격으로 묘사된 강철과 차가운 말투의 이종석은 거부감 없이 하나가 되었으며, 그 안에 이따금 배어 나오는 따뜻한 목소리는 이종석의 특기였다.

다만 총에 맞은 연주가 죽음 직전에 몰렸던 장면 등에서 터져 나오지 못한 감정이나 일관된 톤과 표정 등은 이종석이 지난 작품들에서도 지적 받았던 부분들인 데도 재차 언급할 수밖에 없게 했다.

2010년 MBC '동이' 이후 6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한효주는 그간 선보인 영화 속 캐릭터들과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였으나, 영화보다 감정신이 매끄럽지 못한 채 도드라졌다.

비록 아쉬움이 있어도 이런 드라마를 우리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축복이다. 긍정적인 성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W' 덕분에 한국 드라마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그리고 희망을 얻었다. '끝'이 아닌 '계속'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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