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길의 하지만] "시상식은 이렇게 하는 게 아냐"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냐."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 정치인이 내놓은 이 한 마디가 크게 회자된 바 있다. 발언의 성격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이 거침없는 한 마디는 이후 다양한 형태로 온라인상에서 회자됐다. 그리고 7일 오후 현장관람과 인터넷 생중계 등 다양한 루트로 2016 코리아드라마어워즈를 접한 시청자들도 이와 같은 한 마디를 내뱉었을 것이다. "시상식은 이렇게 하는 게 아냐."

7일 오후 경남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방송인 오상진과 배우 김새론의 진행으로 열린 시상식에서 영예의 연기대상은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의 배우 김소연이 차지했고, 최우수상은 SBS '닥터스'의 장현성과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의 안재현, MBC '내 딸 금사월'의 백진희가 수상했다.

지난 1년간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을 통해 방송된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통합 시상식을 표방했지만, 올 한 해 신드롬을 일으켜 타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KBS 2TV '태양의 후예'의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 tvN '응답하라 1988', '시그널'의 주역들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수상자로 발표되지도 않았다.

인터넷 중계, 진행 등 많은 아쉬움이 발견된 시상식이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참가상'이란 오명이었다. 이날 코리아드라마어워즈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레드카펫에 선 인물만 봐도 각 부문별 수상자를 짐작할 수 있는 '참가상' 형태로 진행됐다.

물론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품에 안을 자격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하나같이 올 한해 자신만의 연기색깔을 대중에 선보였고, 작품 속에서 도전을 시도한 '자격 있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름을 올린 후보자 중 최종 수상자가 결정된 기준이 '참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시상식을 '참가상'으로 만든 것은 주최 측이 스스로 행사의 권위를 떨어트리는 행동이었고, 이는 무대에서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할 배우들이 온전한 축하를 받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시상식 후 관련 기사의 댓글란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채운 코리아드라마어워즈를 향한 차가운 반응이 바로 그 증거다.

이날 최우수상 수상 후 안재현은 "미움 받을까 걱정이 된다"는,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소연은 "여러분 믿기지 않으시죠? 저는 더 믿기지가 않는다. 제 인생에 이런 일이 또 있겠나 싶어서 염치없이 받겠다"는 조심스러운 소감을 내놨다. 시상식의 권위를 지키지 못한 주최 측의 판단이 어쩌면 인생의 가장 기쁜 순간을 맞이한 배우들이 온전히 기쁨을 표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진 = 네이버 V앱 방송 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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