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쇼핑왕 루이'가 우리의 현실을 위로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동화 같은 드라마가 비극에 빠진 현실의 우리를 위로했다.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 연출 이상엽)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가난한 산골소녀 고복실(남지현)이 결국 돈 많은 루이(서인국)와 사랑에 빠진다는 상투적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또 다른 백마 탄 왕자 차중원(윤상현)과의 삼각관계는 천편일률적이었다.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 기억상실증은 여기선 핵심 소재였다.

그럼에도 '쇼핑왕 루이'가 끝나자 많은 시청자들이 작가, PD, 배우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있다. 이 뻔한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게 있었다는 뜻이다.

'쇼핑왕 루이'의 세계에는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 차중원은 삼각관계에서 한발 물러나 루이와 복실의 지원자가 되었고, 백마리(임세미)는 질투와 시기를 버린 뒤 순수성을 회복해 갔다. 루이는 자신의 사고를 꾸민 백선구(김규철)를 용서했으며, 복실도 자신의 짐을 훔친 노인을 찾았으나 용서했다.

마지막회에서 백선구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참회하자 루이가 특유의 선한 얼굴로 이를 용서하는 장면은 '쇼핑왕 루이'가 말하고자 한 주제였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였다고 볼 수도 있다. 현실은 선한 사람들로만 가득하지 않고,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넘치며, 죄를 용서하는 위대한 마음도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쇼핑왕 루이'에 빠져들었던 것인지 모른다. 비극보다 더 비극적인 현실에서 받은 좌절감을 그나마 이상적인 드라마 세계를 통해서야 치유 받았던 것인지 모른다. 오히려 현실도 희망적이고 선한 일들로 가득했다면 '쇼핑왕 루이'가 지금처럼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응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역설적이게 현실이 참담했다.

배우들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충실히 연기했다.

배우 서인국은 자신의 말처럼 강아지를 보는 듯한 귀여운 루이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연기했다. 그가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 tvN '응답하라1997'과 올 여름 방영한 전작 OCN '38사기동대'를 떠올려보면 서인국이 앞으로 보여줄 연기에 꽤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남지현은 사투리 강한 산골소녀 복실을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는 손쉬운 방법 대신 차분하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어려운 쪽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복실의 때묻지 않은 순박한 마음을 돋보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엄효섭, 김선영, 김규철 등 베테랑들은 가벼울 수 있는 캐릭터를 묵직한 연기력으로 누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만화 같은 연출은 화면에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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