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김성대의 음악노트]
레이블 에버모어뮤직(Evermore Music)은 시나위와 정동하를 중심으로 신현권(베이스), 이근형(기타), 김민기(드럼)의 슈퍼 밴드 S.L.K., 어쿠스틱 듀오 우즈(ooze), 유투와 노라 존스를 좋아하는 김가은 등이 함께 소속되어 있는 곳이다. voice와 whisper를 합쳐 ‘속삭이듯 아름다운 하모니’를 모토로 내세운 보이스퍼는 그런 에버모어뮤직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정통 알앤비 남성 보컬 그룹으로 본래 팀 이름은 북인천나인틴이었다.
평균 나이가 20세에 불과한 보이스퍼의 이번 첫 미니앨범은 고등학생 때부터 맞춰온 멤버들의 호흡을 바탕 삼아 피아노와 홈레코딩에 작곡도 즐기는 김강산(격정의 가창력을 선보이는 ‘Like the Moon and Stars’가 바로 그의 곡이다), 기타 연주를 좋아하는 정대광의 음악적 재능이 구체적으로 발휘된 결과물이다. 가령 정동하와 휘성에게도 곡을 준 도니 제이(Donnie J)에게 받은 데뷔곡 ‘그대 목소리로 말해줘’에서 이들의 감미로운 보이스 하모니는 시작부터 정점을 찍는다.
타이틀 트랙 ‘어쩌니’는 누구나 같은 무게를 감당했을 20대 사랑 이야기로 박효신의 ‘좋은 사람’과 김범수의 ‘보고싶다’에 이야기를 부여한 작사가 윤사라가 정엽의 ‘그 애(愛)’, 케이윌의 ‘사귀어볼래’를 작곡한 기현석, 백현수 작곡팀, 그리고 넬, 에픽하이와 작업한 Sync Project의 준식스(joon6)가 만나 완성된 것이다. 과연 베테랑들이 만난 곡답게 음과 시에서 빈틈이 없는 깔끔한 편곡은 이 곡의 자랑이며 무엇보다 보이스퍼의 그림 같은 화음은 이들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강력한 근거이다. 신인 보컬 전미리가 피처링한 세 번째 싱글 ‘넌 지금 어디에’ 역시 무덤덤한 마이너 키로 일관하는 피아노와 축축한 디지털 루프가 어울린 끝에 넘치듯 하지만 절제된 보컬 하모니가 이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그대 목소리로 말해줘’에 가사를 준 보이스퍼의 레이블 메이트이자 밴드 헬로스트레인저의 프론트맨인 강한이 다시 한 번 작사에 관여한 ‘여름감기’는 메인보컬 정대광과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가 어울리는 인트로부터 알앤비 발라드 팬들의 귀를 충분히 사로잡을 만한 곡이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섬세한 피아노가 낮과 밤처럼 뒤엉키는 화려한 소리 풍경은 정동하에게 ‘If I’를 선물한 김지후, 송진석 작곡 듀오의 것으로 친구처럼 익숙한 멜로디는 90년대 케이팝 팬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을 매력을 지녔다.
데이빗 보위의 유작과 본 조비의 근작,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팀 중 하나인 이매진 드래곤스(첫 곡 ‘On and On’을 들어보자)를 두루 만진 조 라폴타의 마스터링. 멀게는 보이즈 투 멘과 올포원, 가깝게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노을이라는 남성 알앤비 보컬 그룹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새긴 이들은 그들도 강조하듯 "아이돌이 아닌 보컬 그룹"으로서 2017년을 자신들의 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언제나 처음처럼(김강산), 원하고 하고자 하면 안 되는 건 없다(정대광)는 말. 민충기는 그래서 등고자비(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 낮은 곳부터 시작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순서대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일지 모른다.
[사진제공=에버모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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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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