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역도요정' 이성경·남주혁이 건넨 위로…청춘, 아프지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극본 양희승 김수진 연출 오현종 남성우)는 청춘이었다.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비가 역도선수 복주(이성경)의 심장을 첫사랑으로 적셨다. 애석하게도 복주에게 첫사랑의 무게는 평생 들어올린 바벨보다 무거웠고, 빗물을 머금은 꿈은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감추고만 싶었다.

수영선수 준형(남주혁)은 스타트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사실 결핍의 후유증이었다. 친어머니가 자신을 떠났지만, 정작 준형은 엄마를 뒤에 남겨두고 출발할 수 없어 주저했고 망설였다. 그가 헤엄치며 그토록 찾아 헤맨 건 모성이었다.

체조선수 시호가 잡지 못한 건 꿈도 사랑도 아닌 송시호 스스로였다. 하늘 높이 던져 올린 리본을 스스로 잡지 못한 뒤에야 시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역도요정 김복주'의 청춘들이 맞닥뜨린 첫사랑과 꿈의 현실은 유감스럽게도 아팠다. 어쩌면 이들을 지켜본 우리의 현실 속 진짜 청춘들이 마주한 첫사랑과 꿈이 더 냉혹하고 날카로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도요정 김복주'는 청춘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복주는 첫사랑대신 곁에 있던 다른 사랑을 찾았고, 준형은 친어머니를 만나 결핍을 채웠으며, 시호는 집착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회복했다.

비현실이 현실을 위로한 셈이다. 때로는 '역도요정 김복주'의 전개가 지나치게 급작스럽거나 매끄럽지는 못했다. 다만 그렇게라도 진짜 우리의 청춘을 위로할 수 있었다면, 용인하자. 일주일에 단 두 시간만이라도 차가운 현실에서 청춘을 구해냈다면 말이다.

시청률은 5% 언저리에 그쳤다. 그럼에도 청춘의 누군가 그 언저리에서 잠시 쉬며 위안을 받았다면, 그걸로 됐다.

[사진 = 초록뱀미디어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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