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하이 프레싱의 충돌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하이 프레싱(High pressing)의 충돌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와 펩 과르디올라 모두 높은 수비라인과 강한 압박 전술을 사용했다. 그로인해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 뒤에 많은 공간을 허용했다. 특히 후방에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한 토트넘은 빠른 스피드를 갖춘 맨시티 스리톱의 질주에 고전했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시작 25분 만에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에서 포백(back four:4인 수비)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지난 첫 번째 대결에서 토트넘의 압박 전술에 완패를 당한 펩 과르디올라는 매우 공격적인 전략을 꺼내 들었다. 최근 자주 사용했던 4-2-3-1을 4-3-3으로 바꿨다. 윙어(르로이 사네와 라힘 스털링)를 높은 위치까지 전진시켰고, 수비력이 의문 부호가 따랐던 야야 투레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겼다.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펩은 누구보다 경기를 주도하길 원하는 감독이다. 그는 상대의 장점을 막기보다 약점을 공략했다. 대부분의 팀들은 토트넘의 발 빠른 윙백(카일 워커와 대니 로즈)를 막기 위해 측면 미드필더를 내렸다. 하지만 펩은 오히려 사네와 스털링을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비슷한 위치까지 전진시켜 토트넘 빌드업을 방해하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효과는 컸다. 위커와 로즈의 전진은 맨시티에게 부담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토트넘 스리백의 위험을 의미했다. 토트넘은 좌우 윙백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면서 후방 3명의 수비수 사이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그리고 사네와 스털링의 질주는 토트넘 수비를 흔들었다. 실제로 맨시티는 초반 25분 5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반면 토트넘은 0개였다.

물론 얀 베르통언의 부재도 영향을 미쳤다. 비머는 맨시티의 압박에 자주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에릭 다이어도 아구에로에게 공을 빼앗겨 위기를 맞았다. 스리백이 오작동하자 포체티노는 빠르게 전략을 수정했다. 다이어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라가면서 스리백은 포백으로 바뀌었다.

이후 토트넘은 안정감을 찾았다. 그러나 다이어가 후방에 서고 무사 뎀벨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하면서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질이 떨어졌다. 포체티노 감독은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수비수 비머를 빼고 공격수 손흥민을 투입했다. 다이어는 다시 센터백으로 내려왔고, 뎀벨레가 포백 앞에서 빌드업을 담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토트넘의 수비라인은 매우 높았다. 포백 수비가 하프라인 근처까지 높게 전진하면서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 사이에 엄청난 공간이 발생했다. 그리고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중앙 수비수(다이어와 토비 알더베이럴트)는 자신과 풀백 사이로 쇄도하는 사네와 스털링의 스피드에 압도당했다. 케빈 데 브라위너의 엄청난 패스 능력도 한 몫을 했다. 데 브라위너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4개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또한 휴고 요리스 골키퍼의 실수도 영향을 미쳤다. 데 브라위너에게 내준 추가 실점은 평소 그답지 않은 실수였다.

완벽한 전술이 없듯이 펩의 4-3-3도 측면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사네와 스털링의 전진은 반대로 가엘 클리시와 파블로 사발레타가 수비적인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델레 알리의 헤딩 만회골과 손흥민의 동점골 상황에서 사네와 스털링은 수비적인 가담을 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득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오른쪽 사이드로 넓게 선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공을 잡자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때 손흥민을 견제하던 클리시는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횡으로 이동한 손흥민은 맨시티 수비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득점에 성공했다.

홀딩 역할을 맡은 야야 투레가 중앙으로 이동한 손흥민을 신경 써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윙어까지 신경쓰긴 어렵다. 실점 후 투레와 다비드 실바가 동시에 클리시를 쳐다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클리시가 손흥민을 따라갔다면 에릭센에게 공간을 내줬을 것이다. 투레가 좀 더 부지런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맨시티 포메이션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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