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즌째 조연' WKBL 5개구단, 부러움보다 반성이 먼저다 [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부러움보다는 반성이 먼저다.

우리은행이 WKBL 정규시즌 5연패를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최악의 전력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전 각종 악재에 뉴 페이스 발굴로 슬기롭게 대처했다. 빅맨 중심의 정통농구로 공수 매커니즘을 효과적으로 다듬었다. 그 결과 단 1패만 하고 역대 최소경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위성우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직후 스포츠케이블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이 독주를 해서 여자농구가 재미없다는 말을 듣는다. 죄송한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실제 농구계 일각에서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출범 20년이 흐른 KBL과 WKBL(19년), 남녀 16개 구단 고위층 사이에서도 "모든 구단이 돌아가면서 한번씩 우승을 해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누가 꼭 그렇다고 강조하지는 않지만, 연맹과 구단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쟁이 기본원리인 프로스포츠의 존재가치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위 감독이 왜 우승을 하고도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나.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5연패는 오롯이 우리은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악재를 딛고 나머지 구단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전력(심지어 압도했다)을 구축했다. 하지만, 나머지 5개 구단은 경쟁력 있는 전력을 만들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5개 구단을 무자비하게 깬 건 나머지 5개 구단의 수준 낮은 경기력 탓이다. 우리은행도 절대적인 수준에서 매 경기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농구관계자들, 특히 우리은행에 5년째 들러리를 서는 나머지 5개구단 고위층들, 구단 밖에 있는 야인들 사이에서 우리은행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그들 자체적인 반성은 전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최근 수년간 여자농구 수준저하의 원인은 우리은행의 독주가 아니라 독주를 막지 못한 나머지 5개 구단의 비효과적인 시즌 운영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5연패를 두고 과거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전력과 비교하는 기사가 종종 등장한다. 위 감독과 전주원 코치 등 신한은행에 몸 담았던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연히 6연패했던 신한은행이 훨씬 세다는 논리다.

우리은행이 과거 신한은행 왕조처럼 난공불락이 아닌데도 나머지 5개 구단은 우리은행을 잡지 못한다. 그 정도로 여자농구 수준하락이 심각하다. 여자농구의 열악한 인프라와 피폐한 여자 중, 고, 대학 수준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수들의 프로 마인드도 예전보다 부족하고 나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두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여자농구 수준하락은 오롯이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의 선수들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선수들을 이끄는 존재는 지도자들이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들을 영입 및 계약하고 팀의 마스터 플랜을 짜는 건 구단 프런트들이다. 구단 프런트들의 업무를 최종 승인하는 주체는 당연히 구단 고위층이다.

당연히 지도자들과 프런트, 구단 고위층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위 감독이 2012-2013시즌에 부임하고 승승장구하는 사이 나머지 5개 구단 감독, 코치는 모두 1회 이상 물갈이됐다. 공백기를 거쳐 돌아온 KDB생명 김영주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위 감독보다 WKBL에 뒤늦게 뛰어든 지도자들이다.

위 감독보다 시간이 부족했던 건 맞다. 하지만, 최소 2년 이상 기회를 받은 지도자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물러난 사례도 부지기수다. 5개 구단 지도자들은 우리은행 존 프레스에 당한 뒤 완성도 떨어지는 존 프레스로 우리은행을 따라가는 것에 급급했다. 원활한 패스게임이 되지 않는 리그 특성상 지역방어를 많이 실시하지만, 정작 상대의 어택 이후 보정 능력은 떨어진다. 지역방어를 확실하게 어택하지 못하는 팀들도 있다. 외국선수들에 의하면 WKBL 구단들의 운동량은 세계최고 수준인데 경기력은 뒷걸음질친다. 이게 100% 선수 탓일까.

5개 구단은 우리은행이 계속 뉴 페이스를 발굴하고, 정통농구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더욱 창의적이고 더욱 혁신적인 생존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우리은행이라고 해서 여자농구 특유의 인재 부족의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선수가 없다고 성적을 못내는 건 핑계다.

구단들도 지도자들을 제대로 고르지 못했고, 기다려주지도 못했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구단 고위층의 압력을 받는 등 정상적이지 못한 과정을 거친 케이스도 있었다. 몇몇 구단은 여전히 지도자의 비전보다는 특정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더구나 구단들은 모두 금융사가 모기업이다. 구단 수뇌부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두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과 용병술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 사이 구단들의 종합적인 역량은 뒷걸음질친다. 여자농구의 질은 계속 떨어진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구단은 선수뿐 아니라 감독, 코치, 프런트 모두 반성해야 한다. 왜 우리은행을 따라잡지 못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저 우리은행과 대등하게 싸우는 것으로 만족하면 영원한 조연에 머무른다.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진정한 프로라면 그러면 안 된다.

[WKBL 개막 미디어데이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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