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영 '불어라 미풍아', 감동 없고 "아바지!"만 남았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바지!"만 남았다.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가 26일 종영했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뻔한 결말이다.

악인의 반성, 한 회 만에 눈 녹 듯 사라지는 갈등, 이에 맞춘 고민 없는 용서. '막장 드라마'의 필수 해피엔딩 조건은 '불어라 미풍아'도 어김없이 지켜냈다. 여타 '막장 드라마'와 다른 게 있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단체 사진 촬영이라든가 악인의 출소 등이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MBC는 '왔다! 장보리'부터 '내 딸, 금사월'에 '불어라 미풍아'까지 '막장 드라마'를 즐겨 배치하고 있다. 배우들과 배경만 바뀌었을 뿐 구도는 판박이다. 앞선 두 드라마는 시청률 30%를 넘겼고, '불어라 미풍아'도 20%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성적이 좋다 보니 MBC는 '막장 드라마'란 비판은 크게 개의치 않나 보다.

흔히들 '막장 드라마'를 옹호하는 쪽에선 '현실이 더 막장이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현 시국을 보면 나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불어라 미풍아' 같은 작품이 시청자들로부터 '막장 드라마' 지적을 받는 게 단지 자극적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란 것을 MBC는 명심해야 한다.

애당초 작품성이 떨어진다. 소재가 자극적인 것을 떠나 개연성 떨어지는 우연의 반복,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감정선 변화 등 구조적인 결함이 더 심각하다. 소재가 거칠더라도 매끄럽게 전개할 수 있을 텐데, 손쉬운 장치와 허술한 전개를 남용하니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 받는 것이다.

의미 있는 주제도 없다. '불어라 미풍아'는 새터민을 소재로 꺼내 들었지만, 결국은 미풍(임지연), 장고(손호준)의 결혼과 박신애(임수향)의 사기행각이 주였다. 새터민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지도,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들지도 못했다. 겨우 마지막회에 통일을 염원하는 풍등을 날려보냈으나 때늦은 구색 맞추기로 보였을 뿐이다.

'불어라 미풍아'는 악인의 반성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수감된 신애와 마청자(이휘향)의 한없이 가볍게 그려진 교도소 생활에선 반성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었고, 악덕 시어머니 황금실(금보라)의 반성도 따지고 보면 미풍이 재력을 얻게 되자 돌변한 데 불과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방영 내내 숱하게 부르짖은 "아바지!"란 대사뿐이다. 그 외에는 감동적인 장면이나 명대사를 꼽기도 힘들다.

반면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베테랑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변희봉을 필두로 김영옥, 반효정, 이휘향, 금보라, 이일화, 이종원 그리고 한갑수까지 극의 중심을 잡았다. 탄탄하지 않은 극본에도 시청자들이 몰린 건 이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 때문이다.

젊은 주연들 중에는 중간 투입된 임수향의 기대 이상의 적응력이 돋보였고, 임지연은 북한 사투리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나 지난 작품들에 비해선 한결 안정감을 찾았다는 게 나름의 성과였다.

[사진 = MBC 제공-MBC 방송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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