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별나라] 강동원,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대중이 기억하는 강동원의 이미지는 묵묵히 소신껏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스타가 아닐까. 지난 2003년 데뷔 이래 큰 스캔들 없이 오로지 작품으로만 이야기했던 배우이기 때문.

'공공재'라 불릴 정도로 완벽한 비주얼을 소유, 자칫 CF스타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그가 펼친 행보는 남달랐다. 여느 톱스타들과 달리 장르 불문 다작을 마다치 않고 때론 흥행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인 감독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돈 벌자고 영화 하는 것 아니다"고 자신 있게 신념을 밝힐 만큼 매사 진솔하고 꾸밈없는, 당당함이 돋보이는 강동원이었다.

그랬던 그이기에 이번 외증조부 이종만 친일파 논란과 관련 대응은 실망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간 보여온 태도와 달리, 조용히 외증조부에 대한 게시물을 지우기에 급급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에 불과한 미숙한 대응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은 "게시물의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상당 부분 발견돼 맥스무비 측에 확인 후 게시물을 삭제 요청했다"며 "문제의 게시물이 한 개인의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미디어·포털· 블로그 등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대리인 자격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것이 연예계 3대 기획사라 손꼽히는 YG의 대처라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소속 배우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역사를 은폐, 여론을 통제하려 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YG가 문제로 삼은 게시물은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1급 친일파로 위안부 창설과 유지를 위한 자금 지원 대가로 채굴권을 얻어 부를 쌓았다'는 내용이다.

만약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란 내용이 거짓이었다면 YG의 대처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이하 모든 명제가 참으로 성립이 안 되기 때문. 그러나 이는(지난 20009년 등재) 명백한 사실로 밝혀진 부분이다. 이 가운데 '1급 친일파', '위안부 창설 자금 지원' 등의 표현이 틀렸다고 강동원의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삭제' 조치를 취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정 요구에 지나지 않았을 문제에 대해 과잉 대응, 은폐 의도가 다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대중의 공분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대중이 강동원에게 연좌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니다. 조상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왜곡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강동원은 때론 아픈 역사를 끄집어내 우리의 무지를 꼬집고 교훈을 안기는, 역사물을 선보이는 배우다. 실제로 현재 영화 '1987'에서 故 이한열 열사 캐릭터 연기를 앞두고 있다. 그런 이가 친일파인 조상을 "예술"이라고 표현했다니, 어찌 실존 인물을 연기한단 말인가.

역사 문제는 국민 정서상 가장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부디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을 잊지 않길 바란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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