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신태용 인터뷰로 복기한 기니전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신태용호가 첫 경기에서 기니를 3-0으로 완파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 신화를 위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포백 수비는 무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 막았고, 삼각 편대는 비디오 판독이 아니었다면 모두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또한 교체로 들어온 임민혁이 골을 터트리며 적재적소에 사용한 용병술마저 기니의 허를 찔렀다. 모든 게 마치 신태용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전반이 시작됐는데, 기니가 우리의 뒷공간을 노릴 것 같았다. 그래서 10분 정도는 우리 진영에서 수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경기 분위기를 익힌 뒤 전방 압박을 들어갔는데 그것이 주효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기니의 기세에 밀려 고전했다.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로 밀고 나오는 기니의 전진에 당황한 듯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신태용 감독이 의도한 계획이었다. 기니가 앞으로 나오는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고 롱패스를 때리는 것을 보고 템포를 늦췄다. 밖에서 볼 땐 선수들이 긴장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기니를 제어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기니가 아프리카 예선에서 세트피스로 많은 골을 넣는 걸 봤다. 그래서 지역과 대인 방어를 같이 혼합해서 사용했다. 그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세트피스로 내준 뒤 신태용 감독은 세트피스를 막는 것을 준비했는데 그것도 기니가 보고 파악할 것 같아 일부러 감췄다. 당시 한국은 코너킥, 프리킥 등에서 대인 방어를 했다. 1대1로 상대 선수를 잡는 방식이다. 하지만 개인 높이에서 밀리며 실점을 했다.

기니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그가 말했듯이 지역과 대인 방어를 섞어 사용했다. 장신을 상대로 1명이 붙고 다른 선수가 지역을 미리 선점해 상대 슈팅을 사전에 끊었다. 선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약속된 방어 플레이를 펼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신태용호가 얼마나 많은 시간 세트피스 수비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기니의 영상을 봤는데 원톱을 쓰더라. 그걸 보고 우리가 굳이 스리백을 가동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우루과이, 세네갈전에 스리백을 쓰고도 기니를 상대로 포백을 사용한 건 그 때문이다”

우루과이전 승리 후 스리백은 신태용호의 필승 카드로 떠올랐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기니의 투톱을 의식한 듯 이상민과 정태욱 사이에 김승우를 배치해 삼각형을 구축했다. 세컨볼까지 장악해 기니의 공격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한 수였다. 하지만 비디오 분석 결과 기니가 원톱을 쓰는 것이 밝혀졌고, 한 명의 스트라이커를 상대로 ‘과잉’에 놓이는 스리백을 쓸 이유가 없어졌다.

물론 한국은 여전히 빌드업 과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이승모가 후방으로 내려와 스리백 형태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김승우와 이승모가 동시에 나섰던 스리백보다 기니전 대형이 더 공격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멀티 미드필더’ 이상헌의 선발과 ‘교체’ 들어와 골까지 터트린 임민혁의 투입도 스리백이 아닌 포백이었기에 가능한 조합이었다.

“미드필더 조합에 대한 구상이 머리 안에 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리 말하긴 곤란하다. 그러면 나머지 선수들의 의욕이 상실된다. 밀당(밀고 당기기의 준말)의 하나로 봐달라”

평가전부터 본 대회가 시작한 기니전까지 신태용 감독은 매 경기 다른 미드필더 조합을 가동하고 있다. 이진현과 이승모가 붙박이 주전으로 떠올랐지만, 벤치에 있는 임민혁, 한찬희, 김승우 등도 언제든지 선발로 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태용 감독에겐 ‘다양성’을, 상대에겐 ‘혼란’을 야기한다.

“스스로 경기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오늘도 근육이 올라왔지만 승리를 위해 희생했다”

신태용 감독의 말대로 이승우 개인이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니의 공세에 고전하던 전반 36분 이유현이 태클로 패스를 끊어낸 뒤 이진현, 이승모를 거쳐 이승우에게 패스가 전달됐다. 그리고 공을 받은 이승우는 그대로 속도를 살려 득점에 성공했다.

이승우는 사이드에 서 있지만 공간을 매우 폭넓게 사용한다. 득점 장면에서도 측면에 있다가 순식간에 가운데로 이동해 기니의 허점을 공략했다. 기니도 이승우를 막기 위해 오른쪽 수비수 살리프 실라가 대인 방어를 펼쳤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벗어나는 이승우를 쫓기엔 역부족이었다. 적장인 만주 디알로 기니 감독도 “20~30m를 장악했다”고 극찬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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