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퇴진이 한국야구에 던진 화두, 소통의 중요성[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성근 감독의 퇴진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성근 감독이 한화를 떠났다. 경질 혹은 자진사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어쨌든 김 전 감독은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김 전 감독의 퇴진이 한국야구에 주는 화두와 교훈은 명확하다.

소통이다. 정치, 사회, 문화 전반적으로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스포츠도 다를 바 없다. 야구단도 하나의 조직이다.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 등 조직구성원의 원활한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 최후의 승자들의 공통점 역시 조직의 원활한 소통이었다. 지난 2년간 두산이 그 중요성을 입증했다.

김 전 감독은 1인 리더십의 대표 주자였다. 자신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선수단, 프런트까지 야구단이란 조직을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컨트롤해왔다. 예전에는 성공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뜨거운 열정으로 사람들의 지지도 얻었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김 전 감독이 리더로서 조직을 이끌고 가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1인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났다. 전문성을 강조한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와 함께 각 영역간의 소통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항상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고, 많은 팀에서 해임됐다. 한화에서도 부작용은 명확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소통 부재로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현대야구는 144경기 장기레이스에 입각한 휴식과 선발야구의 중요성, 내일을 위해 오늘 전략적으로 한 발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년간의 학습효과를 통해 현장에서 증명된 부분이다. 김 전 감독은 이런 부분들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뒤늦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부작용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구단, 현장의 부족한 소통으로 파열음이 터졌다. 구단은 지난 3년간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했지만, 효과는 미흡했다.

한화는 올해 현장 야구인 출신 박종훈 단장을 영입, 김 전 감독의 권한을 축소 및 견제했다. 그러나 소통이 부족한 한화에서 정제된 균형은 이뤄질 수 없었다. 부작용이 부각됐고, 소통 창구는 더욱 막혔다. 결국 시즌 개막 2개월만에 파국을 맞았다.

실제 김 전 감독의 경질 혹은 자진사퇴 여부를 놓고 구단과 김 전 감독이 마지막까지 대립한 모양새였다. 구단의 사의 수용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김 전 감독이 21일 대전 삼성전 직후 몇몇 선수에 대해 나머지 훈련을 준비하자 구단이 운영팀장을 통해 가로막았고, 구단은 이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이 내뱉은 발언을 사퇴 의사로 해석했다. 이후 경질과 사퇴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혼란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관계를 떠나 마지막까지 조직과 각 구성원들의 원활한 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3년간 한화라는 조직을 통해 1인 리더십의 한계와 소통의 중요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화는 수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현장, 모기업, 야구계와 원활한 소통과정을 거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야구관계자는 "결국 조직운영 및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김 전 감독의 경질 혹은 사퇴 논란은 단편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많은 구단은 각 파트별 구성원들의 원활한 소통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조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몇몇 구단은 적지 않은 성과도 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한화는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직의 체질개선이 절실하다.

김 전 감독의 사퇴가 한국야구에 안긴 교훈은 명확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화, 체계화되는 현대야구에 건전한 소통이 없는 조직은 건강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김성근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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