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쇼' SK 타선에 관한 몇 가지 사실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 2, 5, 7. 5일 현재 홈런 10위 내에 있는 SK 와이번스 선수들이다. 최정(18개)을 필두로 한동민(16개)이 2위, 김동엽(13개)이 공동 5위, 제이미 로맥(11개)이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뿐만 아니다. 이홍구(9개)가 공동 11위, 나주환(7개)이 공동 18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SK는 팀 홈런 98개를 기록, 이 부문 2위 두산 베어스(56개)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시즌 시작 이후 홈런쇼를 이어가고 있는 SK 타선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본다.

[사실 하나] 타율 9위, 하지만 득점권은 다르다

SK에게 홈런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182홈런을 때리며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1위 두산(183개)과도 단 한 개 차이였다. SK는 홈런도 2위였지만 타율도 4위(.291)로 준수했다. 하지만 득점권만 되면 주눅드는 타선(득점권 타율 10위, .276) 때문에 팀 득점(753점)은 9위에 그쳤다.

올해 팀 홈런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타율은 낮아졌다. 팀 타율은 .266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불과하다. 전체 타율은 내려갔지만 득점권에서는 강해졌다. .283를 기록,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에 비해 찬스 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사실 둘] OPS의 힘 증명하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로는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SK의 득점권 타율은 10개 구단 전체 득점권 타율 .282와 1리 밖에 차이나지 않으며 득점권 타율 8위 LG(.278)와도 단 5리 차이다.

SK의 진정한 힘은 OPS에 있다. 지난 4월말 ESPN 칼럼니스트 키스 로가 펴낸 '스마트 베이스볼'에서는 득점과 상관관계가 큰 지표 순위를 OPS > 장타율 > 출루율 > 타율 순으로 정리했다. 지난 몇 년간 메이저리그 기록을 바탕으로 뽑은 결과다. 예전 같으면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같았던 타율이 가장 후순위에 있는 것이다.

SK가 이 통계에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SK는 팀 타율은 9위이지만 OPS에서는 .810으로 1위에 올라있다. 장타율 또한 .469로 1위다. 덕분에 SK는 경기당 득점에서는 3위(5.49점)에 올라 있다. 1위 두산(5.679점), 2위 KIA(5.678점)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밖에 두산이 OPS 2위(.804), KIA가 4위(.784)에 올라 있는 것도 키스 로가 좋아할만한 부분이다. 반면 넥센의 경우 팀 타율은 1위(.294)이지만 경기당 득점은 5.11점에 그치고 있다. 넥센의 팀 OPS와 경기당 득점은 모두 5위다.

[사실 셋] 거포 넘쳐나는데 병살타는 공동 8위, 일단 띄운다

'홈런'하면 같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거포들인만큼 발이 느릴 것이라는 것, 그리고 느린 발로 인해 병살타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SK의 도루 개수는 25개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박승욱까지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황에서 현재 주전 라인업 중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선수는 조용호 정도 밖에 없다.

그럼에도 SK의 병살타 숫자는 41개로 공동 8위에 불과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히트앤드런 사랑, 낮은 출루율(.341)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이 부분들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니다.

병살타를 막을 수 있는, 그리고 홈런을 많이 때리는 요인은 단순하다. 땅볼 대신 뜬공을 많이 때리기 때문이다. SK는 땅볼 아웃이 478개, 뜬공 아웃이 507개다. 이 비율이 0.94다. 리그 전체로 보면 1.04로 땅볼 아웃이 뜬공 아웃보다 많았다. SK보다 이 비율이 낮은 팀은 두산(0.79), 단 한 팀 뿐이다.

올해 SK 히트상품인 김동엽의 승리 소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김동엽은 5월 14일 KIA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경기 후 그는 "'공을 띄우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스윗스팟에 맞은 덕분에 홈런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뒤 "연습 때 부터 플라이볼을 때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계속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스윙을 하고 있는 것.

실제로 김동엽은 뜬공 아웃 61개-땅볼 아웃 46개를 기록 중이다. 22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날린 로맥은 뜬공 아웃 23개, 땅볼 아웃 6개다. 이홍구의 경우에도 뜬공 아웃이 17개로 땅볼 아웃 9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최정 역시 뜬공 아웃 57개, 땅볼 아웃 23개다. 거포 중에는 한동민 정도만 땅볼 아웃(47개)이 뜬공 아웃(40개)보다 많다.

그렇다고 모든 타자들이 이런 형태로 때리는 것은 아니다. 발이 빠른 타자들의 경우에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땅볼 생산이 많다. 조용호는 땅볼 아웃이 40개로 뜬공 아웃(22개)보다 2배 정도 많으며 노수광은 땅볼 아웃(27개)이 뜬공 아웃(7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박승욱 역시 땅볼 아웃(28개)이 뜬공 아웃(22개) 숫자를 상회한다.

즉, SK 타자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린 스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넷] SK 타선의 화룡점정, 로맥

SK는 올시즌에 앞서 대니 워스를 영입했다. 지난해 헥터 고메즈에 이어 2년 연속 유격수 자원을 데려온 것. 하지만 안정된 수비를 펼치는 '유격수 워스'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볼 수 없었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마땅한 유격수 자원이 없자 '장점 극대화'를 노렸고 트리플A에서 맹활약하던 로맥을 영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2경기에서 11개 홈런을 쏘아 올렸다. 97타석에서 11개를 때려내 8.82타석 당 1홈런을 기록 중이다.

로맥의 진가는 단순히 홈런 숫자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흔히 거포를 떠올리면 '도 아니면 모'식의 타격을 생각하지만 로맥은 상대 투수들을 여러방면에서 괴롭힌다. 올해 리그 평균 한 타석당 투구수가 3.82개인 가운데 로맥의 타석당 투구수는 4.31개에 이른다. 경기를 보더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장면을 여러차례 볼 수 있다. 아직 규정타석과는 거리가 있지만 정규 순위에 대입하면 4위에 해당한다.

또한 타율은 .286로 인상적이지 않지만 볼넷 19개를 얻어내 출루율은 .423다. 타율에 비해 1할 정도만 높아도 준수한 출루율로 평가 받지만 로맥은 .137가 높다. 여기에 .766라는 미친듯한 장타율까지 합쳐져 OPS는 1.189가 된다. 여기에 내외야를 넘나드는 수비는 보너스다. 말 그대로 SK 타선에 화룡점정을 찍은 로맥이다.

[최정(첫 번째 사진), 한동민(두 번째 사진), 김동엽(세 번째 사진), 제이미 로맥(네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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