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리얼' 김수현 대표작? 137분간 뭘 본건가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리얼', 김수현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어려울 듯 싶다.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 제작 코브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느와르'로 소개돼왔다. 영화사 측이 정리한 짧은 한 줄을 먼저 인용한 이유는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영화를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내용의 모호성과 혼란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먼저 밝혀두자는 취지다.

26일 열린 '리얼'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수현은 "'리얼'은 김수현의 20대 대표작이라는 수식어로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리얼'은 김수현의 대표작이기보다는 김수현이 '리얼' 고생했지만 대체 관객들에게 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불분명한 영화다.

김수현의 연기는 꽤나 칭찬할 만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이중적인 캐릭터로 연기를 한 바 있지만 1인 2역을 전면에 내세운 첫 연기변신은 '리얼'이 처음이었고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였다. 카지노의 소유자 정태영과 그의 앞에 나타난 의문의 투자자 정태영, 두 사람을 연기한 김수현은 4년 전보다 스크린을 압도할 만큼 흡인력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김수현을 담은 이사랑 감독의 작품 표현법은 신인 감독의 넘치는 패기였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러닝타임 내내 터져나오기에 충분했다. 챕터3로 장을 나누고 '김수현VS김수현'으로 대결을 펼치는 구조는 흥미롭고 신선했지만 혼란스러운 전개와 여러 조연 캐릭터들을 단역 수준으로 그치게 만든 분량조절 실패는 무리수로 남았다.

개봉 전부터 '리얼'에는 설리 뿐만 아니라 수지, 아이유, 다솜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고 알려왔지만 영화를 주의깊게 관람했어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준으로 등장했다. 출연한 스타들마저도 자신이 어디에 언제 나왔는지 모를 정도의 찰나다.

또,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온 이경영이 극 중 르포 작가로 출연해 강한 한 방을 기대했지만 모호한 캐릭터로 퇴장해 의아함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이사랑 감독은 "신인이다보니까 의욕이 넘쳐서, 방대해지게 됐다. (이경영) 선배님에게 과거 이야기가 설명이 불충분해지면서 영화의 구조상 비중을 조절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리얼'에서 김수현과 설리의 파격적인 정사씬은 베드씬 외에도 적나라한 노출이 이어졌다. 걸그룹 출신 설리와 20대 대표배우로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김수현의 정사씬은 두 눈을 의심할 만큼의 파격행보였다. 여기에 조우진, 성동일, 김홍파 등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지만, 어느 부분 하나 제대로 꿰어지지 않은 구슬처럼 중구난방이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요리 재료들을 맛있게 버무리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 감독은 독특한 색깔의 영화라고 강조하며 관객들이 다양한 해석을 하도록 열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이 최소한의 방향성은 주고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는게 맞지 않나. 결과적으로는 그의 바람대로 일단 관객들의 해석에 맡겨볼 일이다. 하지만 137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 동안 무엇을 본 것인지, 기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한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는 28일 개봉.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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