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아이해' 김영철·이유리, 공동대상이 안 아깝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공동 대상은 이럴 때 필요하다.

배우 김영철과 이유리가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그야말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극 중 이윤석, 변혜영 부녀로 만난 두 배우 모두 매회 열연이다. 각자의 역할에 모자람 없이 감동을 주니, 오히려 대상으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데뷔 45년차 김영철의 내공은 지난 방송 재판 장면에서 터져 나왔다.

"벌 주세요, 판사님. 죽이지 않았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때는 안 믿어 주시더니, 이제는 제가 다 잘못했다는데도 왜, 왜 벌을 안 주십니까!"

김영철은 이윤석을 늘 온화한 인물로 연기해왔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가짜 이름 변한수로 살아야 한 이윤석의 마음 속에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깊숙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고 장면에서 김영철은 비로소 이윤석이 평생 숨기고 살아온 감정을 터뜨렸다. 원망과 분노 그리고 눈물이 뒤섞인 오열은 딱 한 장면이었으나, 이윤석이 평생 느꼈을 설움의 감정을 고스란히 안방으로 날려버렸다. 김영철이 여태 감정을 꾹꾹 눌러 이윤석을 선한 눈빛으로 표현한 게 다 이 순간을 위해서였던 것만 같았다.

이유리는 왜 자신이 '천의 얼굴'인지 또 입증했다.

2001년 KBS 2TV '학교4'로 데뷔한 이래 이유리는 또래 연기자들과 달리 가리지 않고 숱한 역할을 섭렵하며 연기 폭을 방대히 넓혔다.

그 노력은 2014년 MBC '왔다! 장보리'에서 악녀 연민정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빛을 발했는데, 대중 사이에선 이유리가 연민정의 이미지를 쉽게 벗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대다수였다.

이유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다시 묵묵히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고, 시청층이 '왔다! 장보리' 때와 중복될 수 있음에도 주저 않고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이유리는 변혜영의 뻔뻔하면서도 귀엽고 능청스러운 매력을 풍부한 표정 연기로 한껏 살리는 데 성공했다. 후반부에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애처로워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한 눈물 연기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공동 대상은 방송사를 막론하고 대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시청자들에게도 연기력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데 불구하고 퍼주기식으로 남발한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수준이다. 김영철과 이유리의 연기는 단지 색이 다를 뿐이다. 그 깊이는 두 배우 모두 트로피로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정도 연기력이면, KBS가 공동 대상을 주더라도 시청자들도 납득하고 나란히 박수를 보낼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KBS 2TV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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