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첫 내한' 아리아나 그란데, 실력은 인정…매너는 실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아리아나, 실력은 인정한다. 그런데, 매너는 실격이다.

전 세계적 아이돌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25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를 갖고 2만 한국 팬을 만났다.

가창력은 감탄 그 자체였다.

'프라블럼(Problem)', '뱅 뱅(Bang Bang)' 등 20여곡을 내달리는 내내 자유자재로 음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그야말로 노래를 가지고 놀았다.

153cm의 조그마한 체구에서 높게 내지르는 목소리는 단숨에 67.59m 고척돔 천장을 강타했다. 93년생 24세란 나이를 생각해 보면, 기교는 이미 나이를 뛰어넘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스타다운 매너는 없었다.

공연 몇 시간 직전에야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올라 '무성의'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공연 전 인스타그램에 화장실 거울을 보고 노래 연습을 하는 영상을 올려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리허설을 화장실에서 했냐'는 빈축을 샀다.

현대카드 측은 뒤늦은 입국은 "김포공항 기상 문제로 착륙이 지연됐던 것"이라고 했고, 리허설을 하지 않은 건 "유명 해외 아티스트의 경우 월드투어 레퍼토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리허설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운드 체크를 하고 공연했다"고 해명했다.

이뿐이 아니다. 고가의 VIP 패키지 티켓을 구입한 관객들에게 약속된 조건이 정확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카드 측은 해당 VIP 패키지 티켓은 자신들이 아닌 "아리아나 그란데 매니지먼트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팬들과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실에는 변함 없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무성의한 태도가 결국 공연의 질도 떨어뜨렸다는 데 있다.

이날 공연에선 일부 음향의 균형이 뭉개져 보컬을 뒤덮어 버렸는데, 고척돔의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리허설을 착실히 않은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약 1시간 35분 동안 20여 곡을 쏟아내며 이따금 "서울"과 "뷰티풀"을 외쳤으나, 노래만 할 뿐 관객과 대화하고 소통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리허설이 없었던 탓일 수도 있고, 한국 관객들과 대화할 특별한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이로 인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뛰어난 가창력에도 공연에 큰 감동은 없었다.

라이브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 소통하지 않은 아리아라 그란데의 공연은 마치 예쁘장한 외모의 인형이 감정 없이 노래만 주구장창 부르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게다가 아리아나 그란데가 늘 약점으로 지적 받아 온 보컬의 무게감을 개선하지 않고 있는 터라, 완급 없이 노래를 내지르며 질주만 하는 공연은 후반부로 갈수록 귀를 지치게 했다.

이날 한국 관객들은 테러 참사를 겪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심정을 이해해, 강도 높은 보안 조건과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찜통 지하주차장에서 1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대기했어도 아리아나 그란데를 성심껏 맞이했다.

하지만 그런 한국 관객들에게 아리아나 그란데는 가창력만 자랑했을 뿐, 한국 관객들에게 성의껏 감동을 주려는 노력은 없었다.

[사진 = AFP/BB NEWS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