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선미, 이 파격적인 '가시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갈 수 없으리. 이 '가시나', 어찌 두고 가리요.

선미가 도입부부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너의 싸늘해진 그 눈빛이 나를 죽이는 거야" 원망하니, 송곳처럼 가슴을 쿡 찌른다.

"같이 가자고 약속해 놓고 가시나 가시나" 애타게 부르짖으면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날 두고 떠나 "너는 졌고 나는 폈어" 자신하니, 역설적이게 기품 있는 집착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한 멜로디를 소위 '중독성' 있게 만드는 데 타고난 YG의 테디와 JYP 스타일의 창법을 고스란히 유지한 선미의 목소리가 만났으니, 그 맛은 익숙하면서도 퍽 새로워 '오묘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뮤직비디오에선 이별의 아픔에도 온 정신을 내려놓은 채 천진하게 웃으며 뛰노니 순수하게 아름다운 반면, 무대 위에선 떠난 이의 가슴을 겨눈 채 눈을 희번덕거리며 노려보니 발칙함이 압도적이기까지 해, 그 상극의 매력에 빠져 혼미해지기 십상이다.

걸그룹을 나와 솔로로 안착한 가수가 드물고, 원더걸스 시절 선미는 음악적으로 주목 받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 보면, '24시간이 모자라'에 '보름달' 그리고 소속사를 바꿔 '가시나'마저 거뜬히 흡수해 맘껏 끼를 펼치는 솔로 선미의 존재는 가히 귀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이 '가시나'를 어찌 한번 듣고 갈 수 있으리요.

[사진 = 선미 '가시나' 뮤직비디오-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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