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故김주혁은 좋은 배우, 멋진 나무였습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김주혁이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운명이, 참 야속합니다.

연예계는 온통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슬픔에 잠긴 건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인과 과거 인터뷰를 했던 한 기자는 "너무 충격적이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고인이 소속돼 있던 나무엑터스는 인성 선한 배우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연예인들뿐 아니라 소속사 직원들도 하나같이 웃음 많고 다정한 분들입니다. 허나 빈소가 차려진 10월 31일, 나무엑터스 식구들의 얼굴에는 애통함의 그늘만 짙었습니다.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는 빈소가 마련되기 1, 2시간 전 먼저 장례식장에 소속사 직원들과 도착했습니다. 당시 부검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라, 김 대표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질문을 꺼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직원들로부터 "가시라. 이러시면 안되지 않느냐"는 꾸짖음이었습니다. 비탄에 잠긴 그 목소리에, 이러한 취재가 과연 '좋은 기사'가 될 수 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주혁은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생전 그를 만났거나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 김주혁의 흠을 꺼내는 이는 없었습니다. 스타라면 으레 떠도는 근거 없는 루머나 험담도 김주혁의 곁에는 없었습니다.

연기든, 예능이든 그는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좋은 배우'였습니다. 드라마 '카이스트'부터 '프라하의 연인'에 '구암 허준', '아르곤', 영화 'YMCA야구단',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공조'까지. 여기에 그의 연예계 인생에 선명한 자취가 되어버린 KBS 2TV '1박2일'. 김주혁은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더라도 맡은 역할에 언제나 충실한, 미소가 특히 멋진 '사람 좋은 배우'였습니다.

배우 정성화는 고인을 "너무 과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항상 거기에 있는 멋진 소나무 같았다"고 추억했습니다. 나무 같은 배우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김주혁 배우의 에피소드였던 43회 마지막 장면에는 아래와 같은 시가 등장합니다. 현실의 벽에 실의한 명환(김주혁) 선배를 위로하기 위해 경진(강성연)이 과거에 명환이 썼던 시를 고쳐 전달한 것입니다.

'나는 안다 /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 나무는 언제부터 저곳에 서있었는지 (중략) 나는 지금 그저 걷고 있을 뿐 /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이지만 / 그러나 나는 안다 / 언젠가 나는 뿌리가 될 것이다 / 언젠가 나는 나무가 될 것이다 / 그때에 그대들은 내 그늘 아래 와서 쉬어라 / 내 넓고 풍성한 그늘 아래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무엑터스 분들에게도 조의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마이데일리 사진DB-SBS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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