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MBC연기대상, 또 인기투표라면 안하는게 낫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또 '인기대상' 된다면, 안 하는 게 낫다.

23일 MBC에 따르면 올해 연기대상과 방송연예대상은 개최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이다. 총파업 여파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까닭인데,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MBC연기대상이 올해 무산될 경우 출범 32년 만에 최초의 사건이다.

다만 이번에도 인기투표로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 있다면, 차라리 개최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MBC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시청자 투표로 대상을 수여해 논란을 자초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발상이었다. 뻔히 연기 잘하는 배우보다 인기 있는 스타가 유리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매년 '인기대상이냐'는 비판이 컸지만 MBC는 아랑곳않고 3년 연속 고집했다.

그나마 2014년에는 배우 이유리, 2015년에는 배우 지성이 대상을 수상해 최악의 비판은 피했다. 두 배우 모두 사실상 그해 MBC 작품에서 연기력으로도 단연 돋보인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단, 지난해 드라마 'W'의 배우 이종석이 대상을 수상하자 논란이 터져나왔다.

유난히 지난해에는 이종석 외에도 김소연, 정보석, 강지환, 서인국, 이서진 등 대상감으로 거론된 배우들이 많았다. 이 탓에 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수상 기준이 필요했지만 MBC의 투표 강행으로 이종석은 대상을 받고도 '인기 투표로 얻은 대상'이라는 꼬리표만 얻었다.

올해 MBC에 대상감 배우나 작품이 없는 것도 MBC가 시상식 개최를 결정하기 앞서 돌이켜볼 일이다.

일일극과 주말극은 걸핏하면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와 자극적 설정으로 '막장극' 오명을 벗질 못했다. 그렇다고 소위 '시청률 대박'을 친 작품도 없었다. 도리어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 받고 있으나 시청률이 저조한 '20세기 소년소녀'를 이리저리 편성을 바꾸며 종영시키려고 해 '홀대 논란'만 불렀다.

지금 MBC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레드카펫의 연기대상 시상식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좋은 드라마를 내고, 공정하게 작품과 연기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다운 기준의 회복이 필요하다. 과거 '드라마 왕국'으로 불렸던 MBC 아니었는가.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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