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영 ‘20세기 소년소녀’, 홀대 당할 작품은 아니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홀대 당하기 아까운 작품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가 28일 종영했다. MBC는 본 방송 시각인 밤 10시보다 1시간 이른 오후 8시 50분에 마지막회를 내고 종영시켰다. 후속작 '투깝스' 첫 방송을 일주일 미루지 않으려다 '20세기 소년소녀'의 편성이 꼬였는데, 당초 월화수목 4일 연속 내보내고 지난주 종영시키려다 시청자들의 비난만 자초했다.

현실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한 탓도 컸다. 자체 최고가 4.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그쳤고, 자체 최저는 1.8%까지 떨어졌다. 시청률만 놓고 본다면 결코 '성공'이란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다만 이야기만큼은 근래 MBC 작품에서 보기 힘든 따스함이 가득했다.

한 인기 연예인의 첫사랑을 '어릴 적 동경하던 스타'와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 두 가지 갈래로 쫓았고, 두 갈래가 결국 '형과 동생'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는 얼개는 썩 신선한 편은 아니었으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과정에 마음을 녹이는 훈훈함이 있었다.

인기 연예인 사진진(한예슬)의 삶을 화려하게 꾸미는 대신 친구들과의 우정, 가족을 향한 사랑 쪽으로 부각시켰고, 이 덕분에 사진진의 인간적인 매력에 공감하고 그녀의 첫사랑에도 함께 두근거릴 수 있었다.

사진진과 두 남자 안소니(이상우), 공지원(김지원)의 관계도 의미 있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한쪽이 옳고, 한쪽이 그르다는 식으로 결론 내릴 수 없으며, 단 하나로 정의할 수도 없다는 주제였다. 사진진이 친구와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 사랑이라는 사실을 소소한 에피소드로 더하며, 결국 사랑은 그 색이 다를 뿐 모두 하나의 진실된 마음에서 퍼져 나간다는 주제를 재차 일깨워준 셈이다.

사진진과 한아름(류현경), 장영심(이상희) 등 세 친구들은 개성이 강했음에도 치우침 없이 조화를 이루었는데, 이는 세 캐릭터를 담당한 배우 한예슬, 류현경, 이상희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홀로 돋보이려 하지 않은 균형이 큰 몫을 했다.

정우성 역 배우 안세하가 류현경과 존재감 있는 웃음을 만들었으며, 아나운서 출신 오상진은 이상희와 조용히 나아가는 관계의 발전을 많지 않은 대사로도 표현해냈다.

늘 인형 같은 미모가 더 주목 받는 배우인 한예슬은 이번 작품에서도 또렷한 발음과 안정적인 발성으로 미모보다 빛나는 연기력으로 사진진을 소화했다. 김지석은 불과 수개월 전 '역적'에서 보여준 광기 어린 모습이 잊혀질 만큼 달콤하고 지고지순한 로맨스남으로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변신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화이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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