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종현, 당신의 노래는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미안해 내 탓이야 고마워 덕분이야." - 종현의 'Lonely' 中

유난히 따스한 목소리에 눈을 감으니, 마음이 시립니다.

사고 소식이 있던 날. 응급실 앞에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수십여 명의 팬들이 차디찬 칼바람을 맞고 서 있었습니다. 팬들은 밤 늦도록 종현의 곁을 지켰습니다.

빈소가 마련된 뒤에는 수천 명 넘는 팬들의 조문 행렬이 병원 밖까지 길게 이어지고 또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도 매서운 추위가 몰아쳤으나 팬들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병원을 감싸고, 온 길을 에워싼 팬들 덕분에 추위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습니다. 부디 팬들의 이 온기가 온전히 전해져 종현이 떠나는 겨울의 길이 조금이나마 따스하길 빕니다.

그동안 종현의 노래 덕분에 우린 따듯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섬세한 목소리의 아름다운 가수였습니다. 샤이니로 노래할 때든, 솔로로 나섰을 때든 그의 목소리는 마치 '종현'이란 이름의 악기인 듯, 특유의 색으로 선명한 음을 냈고, 그 목소리는 종현의 노래에 새겨진 순수한 생명력의 근원이었습니다.

4월에 낸 소품집 '이야기 Op.2'를 처음 들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앨범을 듣는 내내 '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좋은 노래를 만들어주었음에도, 그때 좋은 기사로 격려해주지 못했던 게 두고두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안타깝습니다. 종현의 노래들을 회고하니 많이 아파하고 있었는데,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노래에 위로 받을 줄만 알았지 그를 위로할 생각을 차마 못했습니다. 이제야 후회됩니다.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지 못했습니다.

빈소에서 종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나온 팬들은 오열했습니다. 혹독한 추위에도 굳건히 버티던 팬들이 끝내 통곡하고 주저앉는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를 만나러 오던 길고 긴 길 위에서 팬들이 추위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여전히 따스한 종현의 노랫소리 덕분이었나 싶었습니다.

종현의 노래 '하루의 끝'을 인용해 너무 늦은 인사를 전합니다.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종현, 그댄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한편, 독자들 중 우울감이 커지는 등 말하기 힘든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를 걸어 24시간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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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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