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마음만 받겠다"…EXO 시우민, '조공 거부' 선언의 의미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조공 거부' 선언은 다른 아이돌 스타들도 본받을 만하다.

보이그룹 EXO 멤버 시우민이 6일 팬들에게 "이제 여러분들의 마음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물질적인 선물을 사양한다는 뜻이다. 지금껏 받은 선물만으로도 "감사히 잘 쓰고 있고 덕분에 부족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 "사랑과 관심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EXO를 향한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이 더 값진 선물이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선물을 거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단지 선물뿐 아니라 자칫 그 안에 담긴 상대방의 '선의(善意)'까지 거절하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다행히 시우민은 팬들의 '선의'를 염려해 "저의 솔직함에 서운해하시거나 기분 상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하다"는 성숙한 사과를 덧붙였다.

인기 스타를 향한 팬들의 선물 공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근래에 소위 '조공'이란 이름으로 아이돌 팬덤의 선물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문제다.

아무리 팬덤 안에서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 선물한다지만, 수백만 원짜리 '명품'까지 포함된 고가의 선물 리스트가 거리낌 없이 오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정당하게 소비하는 평등적 관계로 나아가야 할 팬이, '조공'이라며 마치 고가품을 갖다 바치는 듯한 관계로 스스로를 떨어뜨리는 격이다.

아이돌 팬덤끼리 서로 더 고가의 선물을 주려는 경쟁이 불붙는 건 더 문제다. 팬덤 대다수가 10대인 경우라면 '조공'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이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더구나 갓 데뷔해 경제 능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스타로 확고해진 인기 아이돌의 경제력은 대부분 팬들보다 월등하다. 고가의 선물이 도리어 그들에게는 사치품이 되는 셈이다.

시우민처럼 전 세계적 팬덤을 거느린 스타의 '조공 거부' 선언은 의미 있다. 문화처럼 퍼져있는 그릇된 '조공' 현상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우민 이전에도 여러 아이돌 스타들이 자신의 팬덤에 비슷한 당부를 해왔다. 덕분에 '조공' 대신 기부 문화가 확산되기도 했고, 스타와 팬들이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 긍정적 이벤트로 나아갔다.

시우민의 '조공 거부' 선언이 다른 인기 아이돌 스타들에게도 유행처럼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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