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김미화, 안하니만 못한 사과…비판하면 다 일베인가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안하니만 못한 사과였다.

개그우먼 김미화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MBC 중계에 투입돼 논란이 인 것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하며 앞으로 더 나아지기위해 노력하겠다"고 11일 사과했다.

다만 사과에 앞서 불편한 심경도 드러냈다.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더니 일베들의 악의적인 밤샘 조리돌림으로 일부 비난이 '여론'이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한 것이다.

이번 논란을 소위 '일베' 이용자들의 악의적 비난에서 비롯됐다고 받아들인 인상이다. '일베'와 관련 없는 정당한 비판마저 싸잡아 '일베'와 연관짓는 사과에 과연 대중이 진정성을 느낄지 의문이다.

애당초 김미화의 MBC 개막식 중계는 투입부터 명분이 부족했다. 김미화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참여를 하게 됐다"고 했지만, 왜 시청자 대표가 김미화였는지 그 이유가 특별히 알려진 바 없다.

시청자를 대변해 김미화를 내세운 실효성도 물음표다. 이재후 아나운서와 개막식 부감독 장유정을 내세운 KBS, 배성재·박선영 아나운서와 주영민 스포츠부 기자로 중계팀을 꾸린 SBS와 비교했을 때, MBC가 전문성이나 중계의 질 측면에서 나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김미화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눈이라고는 구경도 못해봤을 것 같다"는 발언으로 이번 논란을 일으켰다.

더구나 "평창올림픽이 잘 안되기를 바랐던 어떤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평창의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들고 서계셔야 된다"며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정치적 행위와 거리를 두고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의 개막식 중계자가 당당히 정치적 발언을 한 셈이다.

두 발언을 떠나,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등 매끄러운 중계 실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일각에선 이번 김미화의 발탁을 두고 그가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연예인이란 사실이 영향을 끼쳤던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는다. 실제로 MBC가 김미화의 발탁 배경에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대한 보상 인식이 있었던 것이라면, MBC도 크게 반성해야 할 문제다.

올림픽과 관련 없는 비전문가 김미화를 중계진에 포함시킴으로써, MBC 내부의 다른 능력 있는 아나운서나 스포츠 기자 등 다른 전문 인력의 자리를 박탈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김미화 SNS]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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