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별나라] 곽도원X박훈, 그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말의 품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미투 운동의 의혹을 논하면서 '꽃뱀', '돈 내기'가 웬 말인가. 곽도원과 소속사 대표 임사라, 그리고 박훈 변호사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가벼운 언행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오름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변호사 임사라는 최근 곽도원이 이윤택 고소인단 중 4인으로부터 돈 요구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협박 의혹과 별개로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인 임사라 대표의 태도였다. "목소리, 말투만 들어도 이건 소위 꽃뱀이구나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촉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촉이 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요"라며 저속한 표현을 쓴 것. 한 아티스트를 책임지는 소속사 대표이자 변호사라는 직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게감은 찾아볼 수 없는 경솔한 언행이었다.

곽도원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충격을 더했다. 임사라 대표를 비난한 박훈 변호사에게 '돈 내기'로 대응한 것. "만약 임사라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랑 1억빵 내기하실래요? 제가 이기면 변호사님께 받은 돈으로 이윤택 피해자들과 101명 변호인단 모시고 소고기로 회식하겠습니다~~ 어떠세요? 콜?"이라니, 이토록 황당할 수가 없다. 대작에 출연하는 흥행 배우로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유명인의 위치를 분명 망각한 처사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른 채 얼마나 가볍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박훈 변호사의 발언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다. 임사라 대표를 "자네"라고 낮잡아 부르거나, 곽도원에겐 "개XX, 아가야 베팅은 아무때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더불어 "1억 걸고 더하기 10억하자"라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특히 제3자가 끼어들며 논란은 엄한 곳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의 언행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부분이다. "미투 운동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세 사람이 정작 보여준 것은 진흙탕 싸움을 일으킨 것 말고는 없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신뢰감을 낮추는 우스운 꼴만 드러냈다.

덕분에 미투 운동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불러온 후폭풍의 파장은 컸다. 제기한 협박 의혹을 명백히 밝히는 게 먼저였으나, 이들의 쓸데없는 감정 소모전에 피로감만 더해졌다.

세 사람이 입을 모아 강조하던 미투의 올바른 전개를 위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분히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존재들인 만큼,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실린 무게감을 알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감정 표출에만 정신이 팔려 중요한 걸 간과한 세 사람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들이 뒤늦게나마 문제를 깨닫고 떨어진 품격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임사라 대표는 '꽃뱀' 발언을 수정하고, 곽도원과 박훈 변호사는 논란의 글을 지웠다. 느끼는 바가 있었을 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의 무게를 깊숙이 체감했길 바란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박훈 변호사 페이스북]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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