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원한 것은 황재균의 도루 1위가 아니다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3일 현재 도루 6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5명이다. 박해민(삼성)이 7개로 공동 1위에 올라 있으며 로저 버나디나(KIA)와 이용규(한화), 심우준(KT)이 6개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모두 '그럴만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남은 한 명.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황재균(KT)이다. 황재균은 지난주 6경기에서 도루 4개를 추가, 이 부문 공동 1위로 올라 섰다.

▲ 입단식 때 말한 20-20, 도루 숫자는 늘어가지만…

황재균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KT가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다. 구단 역사상 FA 최다 금액인 88억원을 그에게 선사했다.

그는 입단식 당시 "팀이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후반기 윤석민, 로하스가 들어왔고, 박경수, 유한준 등 베테랑 선수들도 있다. 어린 선수들도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 내가 도움을 줘서 탈꼴찌와 함께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2년 연속 20-20을 달성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미국 진출 이전인 2016년 27홈런-25도루를 기록하며 데뷔 첫 20-20을 달성한 바 있다. KT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에도 이를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

도루 숫자는 착실히 늘리고 있다. 황재균은 19일 SK전에서 도루 2개를 기록했으며 21일과 22일 삼성전에서도 1개씩 추가했다. 특히 19일 SK전에서는 단독 홈스틸을 시도하기도 했다.

올시즌 황재균은 9차례 도루를 시도했다. 이는 이용규(11차례 시도, 6개 성공)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물론 황재균은 통산 도루 숫자가 180개에 이를 만큼 원래부터 수준급 발을 보유한 선수다. 하지만 '도루 공동 1위'에 황재균이 올라있는 것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KT가 그를 영입한 이유 또한 발보다는 한 방에 대한 것이 더 크다.

▲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준수, 하지만 실제 활약은 기대에 못미쳐

황재균의 올시즌 성적은 타율 .303(99타수 30안타) 2홈런 10타점 7도루 13득점. 겉으로만 봤을 때는 준수하다. 하지만 실제 활약과 앞의 성적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시즌 초반 4번과 5번 타자를 오가던 황재균의 타순은 6번으로 떨어지더니 19일 SK전에서는 7번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19일 팀이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는 대타 이진영과 교체됐다.

19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진욱 감독은 "(황)재균이가 살아나야 팀도 살아난다"라며 "1번으로 넣을까도 생각했다. 어느 타순을 가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황재균은 21일 삼성전에 리드오프로 출장하기도 했다.

황재균의 시즌 타율은 3할이 넘지만 득점권 타율은 .267(30타수 8안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단 10타점 밖에 올리지 못했다. 이는 공동 4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KT가 원하는 대포 역시 3월 27일 SK전을 끝으로 한 달 가까이 침묵 중이다.

KT에게 아쉬운 점은 공격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포구까지는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지만 송구에서 불안한 모습을 여러차례 노출했다. 공식 실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송구가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면 벤치의 불안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공식 기록된 실책 3개 역시 적은 숫자는 아니다.

황재균으로서는 타격과 수비에서 생각대로 되지 않다보니 주루에서라도 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도루는 부상 위험을 동반한다. 체력적인 문제를 봐도 타석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KT에게 '도루 1위 황재균'이라는 타이틀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이제 단 25경기를 치른 상황. 경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황재균이 언제쯤 도루가 아닌, 적시타와 홈런으로 KT를 웃게할 수 있을까.

[KT 황재균.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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