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F조: 슈팅은 한국이 더 많았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슈팅은 한국이 더 많았다. 점유율에서 밀리며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내준 경기였지만 한국(17개)은 멕시코(13개)보다 더 많은 슈팅 기회를 잡았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취하는 형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팀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술이다. 아이슬란드도 그렇게 리오멜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비겼다.

스웨덴전에서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없었던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무려 6개의 유효슈팅을 쐈다. 이는 한국의 역습 전술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현수의 핸드볼 반칙과 추가 실점에서의 허술한 수비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적어도 공격적으로 한국은 멕시코의 수비 뒷공간을 아주 잘 파고 들었다. 물론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17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단 한 골에 그쳤다면 결정력이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실제로 한국은 문전에서 흥분한 듯 발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유럽 최고 수준의 슈팅 능력을 갖춘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실수에 대한 걱정이 컸다. 황희찬이 후반에 찾아온 1대1 찬스에서 슈팅 대신 보다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손흥민에게 패스를 한 것도 득점에 대한 강박 관념 때문이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선수의 몸을 더 굳게 만들었다.

(한국 4-4-2 포메이션 : 23조현우 – 2이용, 20장현수, 19김영권, 12김민우 – 18문선민, 8주세종, 16기성용, 11황희찬 – 17이재성, 7손흥민 / 감독 신태용)

(멕시코 4-4-2 포메이션 : 13오초아 – 21알바레스, 3살세도, 15모레노, 23가야르도 – 16에레라, 18과르다도, 7라윤, 22로자노 - 11벨라, 14치차리토 / 감독 카를로스 오소리오)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을 또 한 번 ‘톱’이 아닌 ‘윙어’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웨덴전과 달리 손흥민과의 거리가 가까웠다. 황희찬이 왼쪽 날개를 맡고 손흥민이 투톱의 왼쪽에서 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습은 대부분 이 둘에 의해 이뤄졌다. 황희찬이 측면을 질주하거나, 역습 상황에선 손흥민이 멕시코 뒷공간을 침투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살세도가 아닌 비교적 장신의 알바레스를 내보냈다. 아마도 2m에 가까운 김신욱의 투입을 의식한 듯 한다. 186cm의 알바레스는 독일전에서도 상대의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된 바 있다.

덕분에 황희찬은 알바레스가 위치한 멕시코의 왼쪽 측면에서 경기 초반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에 성공했다. 알바레스는 체격 조건이 좋지만 발이 느린 단점이 있다. 전반 12분 찬스가 결정적이었다. 황희찬이 측면을 흔든 뒤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이용이 슈팅으로 연결하려고 발을 뻗었지만 공이 아닌 로사노를 걷어차며 무산됐다. 아마도 이 때 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한국이 원하는 형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반 21분에는 손흥민이 멕시코 센터백 2명 사이로 질주했다. 황희찬의 롱패스에서 시작된 역습은 손흥민의 슈팅까지 연결됐지만 아쉽게도 수비벽에 맞고 무산됐다. 손흥민이 워낙 좋아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조금만 침착했다면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아쉽게도 슈팅은 계속해서 수비수에 맞고 튕겨 나왔다.

결국 기회를 놓친 한국은 장현수의 핸드볼 반칙으로 인한 페널티킥 실점으로 멕시코에 리드를 내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실점 이후 잠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기성용을 중심으로 4-4-2 진형을 계속 유지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손흥민을 활용한 카운터 어택도 전반 막판까지 멕시코를 흔들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후반에도 수비 실수가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기성용이 경합 과정에서 넘어졌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공격 숫자가 3대 2로 앞선 상황에서 장현수가 너무 쉽게 태클을 시도하며 벗겨졌고, 치차리토가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추가 실점 직전에 이승우를 가장 먼저 교체 투입한 한국은 황희찬을 전방으로 이동시켜 손흥민과 투톱을 구축했다. 이어 후반 10여분을 남겨두고는 문선민, 김민우를 빼고 정우영과 홍철을 투입했다. 일반적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을 넣지 않은 건 다소 의외다. 아마도 무의미한 롱볼이 반복되는 걸 우려한 듯 하다.

어쨌든, 신태용 감독의 공격적인 변화는 후반 추가시간에서야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변화보단 손흥민 개인 능력에 의한 ‘솔로 골’이었다. 4-4-2 전술로 두 줄 수비를 구축하고 역습을 노린 작전은 끝내 실패했고, 손흥민 혼자 골을 만들어낸 셈이다.

스웨덴전 패배 후 신태용 감독은 플랜A인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지난 해 ‘가상의 멕시코’였던 콜롬비아전에 비해 역습의 속도나 다양성 부족했다. 그런 측면에서 권창훈의 부재는 아쉬움이 컸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후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 역습 전술이 공격적으로 가장 날카로웠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 상대 골문을 열 수 있다.

[사진, 그래픽 = 로스토프(러시아)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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