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8강 분석: 잉글랜드는 어떻게 스웨덴 공중을 지배했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잉글랜드가 헤딩으로만 두 골을 터트리며 스웨덴을 제압했다. 한국이 김신욱을 선발 투입해야 할 정도로 높이에서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스웨덴을 상대로 잉글랜드는 공중을 지배했다. 물론 잉글랜드도 후반에 세 차례 실점 위기가 있었지만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으로 리드를 지켰다.

사실 잉글랜드가 오픈 된 상황에서 스웨덴의 두 줄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행운이 따른 승리이기도 하다. 그들은 단 두 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는데 그게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하나는 세트피스였고, 다른 하나는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두 줄 수비를 흔든 결과였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11골 중 8골을 세트피스로 터트렸다. 득점 비율이 무려 73%다. 페널티킥까지 포함된 수치지만, 잉글랜드가 정지된 상태에서 얼마나 집중력이 뛰어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잉글랜드는 스리백 전술에서 좌우 윙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만 다를 뿐 과거 4-4-2 포메이션에서 측면을 질주한 뒤 크로스를 올리던 작전과 매우 유사하다. 전형적인 잉글랜드 축구다. 단순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이 전술이 통하고 있다.

(스웨덴 4-4-2 포메이션 : 1올손 – 16크라프트, 3린델로프, 4그란크비스트, 6아우구스틴손 – 8에크달, 7라르손, 17클라에손, 10포르스베리 – 20토이보넨, 9베리 / 감독 얀네 안데르손)

(잉글랜드 3-5-2 포메이션 : 1픽포드 – 2워커, 5스톤스, 6맥과이어 – 18영, 8핸더슨, 12트리피어, 7린가드, 20알리 – 10스털링, 9케인 /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미국프로미식축구(NFL)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영감을 얻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세트피스는 알고도 막기 힘들 정도다. 솔직히 세트피스가 연습한다고 모두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디오 분석이 발달한 현대 축구에서 상대의 허를 찌를 만한 작전을 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잉글랜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선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트피스에서 8강까지 5경기에서 세트피스로만 8골이 나온 건 잉글랜드가 그만큼 준비를 잘했다는 뜻이다. 일단 킥이 비교적 정확하고 문전에서 약속된 패턴의 움직임이 상대를 흔든다. 높이라면 어디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스웨덴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실 추가골 장면을 더 주목해야 한다. 잉글랜드는 세컨볼을 따냈고 ‘왼쪽 윙백’ 영에서 시작된 패스가 알리를 거쳐 린가드의 슈팅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흐른 공이 ‘오른쪽 윙백’ 트리피어에게 향했고, 순간 스웨덴 수비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수비수 4명과 미드필더 4명을 일자로 배치한 스웨덴 진형은 ‘윙백’을 넓게 배치한 잉글랜드에게 측면 공간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전열을 갖춘 상태에선 잉글랜드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차단했지만 세컨볼 이후 잉글랜드의 공격이 재차 시도될 때는 수비라인이 한 쪽으로 쏠렸다.

이로 인해 트리피어가 크로스를 올리는 척하고 린가드에게 패스를 전달하자 상당히 많은 공간이 생겼다. 포르스베리가 너무 깊숙이 내려오면서 린가드는 하프스페이스 지역에서 여유있게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이때 스웨덴 포백 수비 사이로 침투한 알리가 반대편에서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잉글랜드가 준결승에서 만나는 크로아티아도 스웨덴과 비슷한 포백을 사용한다. 아마도 윙백을 쓰는 잉글랜드가 스웨덴전처럼 측면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크로아티아는 세트피스에서 집중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분명 잉글랜드는 월드컵 우승을 위한 ‘황금 기회’를 잡았다.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고, 잉글랜드는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까지 신경 쓰며 4강에 안착했다.

다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3-5-2 전술이 세트피스 만큼 신뢰를 주지 못한 건 사실이다. 포백보다 스리백이 수비는 안정적이지만, 핸더슨을 후방에 두고 린가드와 알리를 세운 공격적인 중원 조합은 가끔 무작정 뛰어다니는 듯 한 인상을 준다. 잉글랜드가 우승이란 목표를 위해선 크로아티아와 준결승을 앞두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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