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우리의 방탄소년단이 온 세상에 불타오르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활활, 불타오르네. 우리의 소년들이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온 세상에 활활 불타오르네.

어릴 적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에 단숨에 빠져, 오랫동안 흥얼거린 적 있다.

"벗 아임 어 크립. 아임 어 위어도. 왓 더 헬 엠 아이 두잉 히어? 아이 돈 빌롱 히어.(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creep'이 무슨 뜻인진 몰랐지만, 보컬 톰 요크처럼 흐느적거리며 따라 부르면 어쩐지 나의 고독이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만일 라디오헤드가 가사를 번역해 한국어로 "하지만 난 불쾌한 놈이야. 난 별난 놈이지. 제기랄 여기서 지금 난 뭐하고 있는 거지? 난 여기 어울리지 않는다고." 노래했다면.

위로는 둘째치고 어디서 따라 부르기엔 다소 민망했을 게 틀림없다. "아임 어 크립" 할 때의 그 처절함은 오로지 'creep'이 '크립'이라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노래는 해석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문학'이다. 어디에서 온 언어이든, 가사를 발음할 때의 그 특유의 소리가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순간, 이 세상 어디에 서 있든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문학'이다.

방탄소년단이 온 세상에 증명했다.

K팝 최초 빌보드200 1위, K팝 그룹 최초 빌보드 핫100 톱10 진입, 빌보드 메인차트 7주 연속 차트인은 단순한 '대기록'이 아니다. 역사의 전환점이다.

그동안 우린 '한글'로 된 우리의 노래를 세상에 내놓는 데 자신 없었다. 가까운 일본에 진출할 때에도 한글로 된 노래가 거부감 느끼진 않을까 겁부터 냈다. 하물며 전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인 미국이라, 한글로 된 노래로 빌보드 차트에 오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

그 꿈을 현실로 바꾼 게 방탄소년단이다.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외국의 소녀들이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한국어 가사를 '떼창' 하는 장면은 경이(驚異)였다. 그 순간 '한국어 노래는 안 될 것'이란 '과거의 역사'는 '한국어 노래도 될 수 있다'는 '미래의 역사'로 전환되었다.

진부터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까지, 아직 앳된 티 역력한 일곱 소년들이 전 세계적인 스타들을 앞에 두고도 겁먹지도 않고 노래한다.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우리의 말로 노래한다.

그러자 우리의 소년들이 부르는, 우리의 노래가 온 세상에 활활 불타오른다.

[사진 = AFP/BB NEWS]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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