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빅 식’, 사랑의 수학 1+1=3이 되는 기적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제 막 헤어진 여자친구가 코마(식물인간)에 빠졌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도 어떤 ‘오해’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 받은 뒤였고, 새로 사귄 여자와 잠자리에 든 저녁에 연락을 받았다면. 어떤 남자들은 ‘헤어졌는데 내가 왜 신경을 써야하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파키스탄 출신 스탠드업 코미디언 쿠마일 난지아니는 연락을 받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고, 14일간 코마에 빠진 여자친구 에밀리를 간호했다. 그리고 둘은 깨어난 뒤 3개월 후에 결혼했다.

영화 ‘빅 식’은 쿠마일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로맨틱 코미디다(그는 아내 에밀리와 3년간 각본을 썼고,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도 했다.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1,400년간 지켜온 파키스탄의 전통인 정략결혼을 따르지 않았다. 부모님은 호적을 파겠다고 경고했지만, 쿠마일의 결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파키스탄 여성들과 선을 보고(그는 부모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등을 돌렸던 에밀리는 결국 쿠마일의 진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흔히들, 사랑의 게임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한다. 그러나 ‘사랑의 사건’에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승자다. 철학자 이진경은 “사랑하는 이와의 만남 이후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고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새로운 감각으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자가 진정한 사랑꾼이다.

쿠마일의 사랑은 1+1=3이 되는 사랑이다. 왜 2가 아니고 3인가. 사랑에 빠지면 ‘다른 나’가 생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처럼, 또 하나의 ‘분인(Dividual)’을 얻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랑이 쿠마일처럼 3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처럼, 누군가는 사랑을 거듭해도 0으로 수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한쪽을 잃어버려 0.5가 되기도 한다. 복잡한 사랑의 수학에서 쿠마일은 가장 이상적인 사랑에 다가갔다.

‘빅 식(Big Sick)’은 고통스러운 아픔이라는 뜻이다. 코마에 빠진 에밀리의 상태를 뜻하기도 하지만, 파키스탄 전통과 미국 사회에서 문화충돌을 겪고 있는 쿠마일도 아픔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빅 식’을 이겨내고 서로 다른 두 문화권 사이에서 분열돼 있는 자신을 에밀리와의 사랑을 통해 하나로 통합해 ‘다른 나’를 만들었다.

쿠마일의 사랑은 에밀리도 변화시켰다. 에밀리는 ‘스틸병’에 걸렸다. 의료진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를 일시적인 코마 상태에 빠뜨렸다. 담당 의사에 따르면, 스틸병은 “몸이 건강한 세포를 병균이라고 생각하고 공격하는 엄청난 생물학적 오해”이다. 이 병은 에밀리의 상황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그는 파키스탄의 전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쿠마일이 파키스탄 여자를 만나는 것을 오해했다. 에밀리는 쿠마일의 사랑 덕에 타 문화에 대한 편견을 극복했다.

쿠마일은 자신에게 부여된 ‘정략결혼의 운명’을 박차고 나왔다.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부모와의 세대간 갈등, 양국의 문화적 차이 등을 이겨냈다. 이게 진실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 밖에.

쿠마일의 사랑을 응원하며.

[사진 제공 = 리틀빅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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