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이래서 '연기 천재'라 하는구나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박정민(31), 거장 이준익 감독의 "독립 영화계 송강호"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게 충무로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연기자로 성장했다.

'동주'에서 인상 깊은 열연으로 관객들과 평단을 놀라게 하더니, 매 작품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하며 눈부신 행보를 걷고 있다. 그 어떤 역할도 소화, 전천후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박정민이다. '동주'의 독립투사 송몽규, '그것만이 내 세상' 속 서번트 증후군 진태에 이어 최근 개봉한 영화 '변산'에선 무명래퍼 학수를 제 옷처럼 입었다.

끝없는 노력의 결실로 완벽하게 표현해내고야 마는 박정민이기에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변산'에서도 이를 악물고 래퍼로 거듭나기 위해 온 열의를 쏟았다. '빡센 청춘' 무명 래퍼의 고뇌에 랩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가사까지 직접 쓴 박정민. 그는 "학수의 마음을 제일 잘 아는 건 결국 그를 연기하는 나이기에 먼저 작사를 제안했다. 얀키 형의 도움을 받으며 1년 정도를 가사 쓰는 걸 놓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임하는 건 오직 관객들을 위함이었다. 자신의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 대한 예의라고 볼 수 있겠다.

"제가 수년간 갈고 닦은 래퍼분들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관객분들이 봤을 때 '쟤 뭐야?' 이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관객분들의 몰입을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더 노력했죠. 또 랩은 제가 좋아하는 의식과 정통 역사가 있는 장르이기에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음악 하는 분들에게 불쾌감을 드리지 않도록 연습을 많이 했어요."

박정민은 쉽지 않은 역할을 해낸 만큼,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노래 한 곡을 녹음하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렸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면서 그 어떤 것에도 함부로 잣대를 들이밀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야 클릭 한 번으로 뚝딱 노래를 듣지만 만든 이는 피땀 눈물을 흘린 끝에 완성한 곡이다. 취향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 폄하해선 안 된다는 걸 느꼈다"라고 전했다.

본인도 '피땀 눈물'로 정직한 성과를 내고 있으면서도, 겸손하게 자세를 낮췄다. '변신의 귀재',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따냈지만 차분하게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면 정말 부끄러워요. 저는 그냥 제가 운이 좋았다고 봐요. 맡겨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역할들인데, 주로 재주 넘치는 캐릭터를 하게 되다 보니 특별하게 부각된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해도 했을 거예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토로하며 눈길을 끌었다. 박정민은 "과연 내가 이 일에 맞는 걸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연기는 내가 가장 흥미를 붙이고 있는 영역이고 재밌지만, 가끔 좌절할 때가 있다. 부족하니까, 내 안에서 막 충돌이 일어난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냉혹한 채찍질이 바로, 박정민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는 "방심하는 순간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기에 항상 나 자신과 싸움을 하면서 한 스텝, 한 스텝 나아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데뷔 이후 5년 정도 무명생활을 보냈어요. 그러다가 상업 영화로 리그가 바뀌었는데, 주연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실 그런 인식이 아예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려 해요. 내가 꽤나 힘들었던 과거가 내일 당장이라도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에 역할의 크기에 대한 어떤 마음이 아예 없어요. 단지 현장에 가면 즐거워요. '나'라는 배우를 인정해준 좋은 사람들과 한 작품을 만든다는 게 마법 같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물론, 영화가 잘 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또 어쩔 수 없죠. 본 사람들 만큼은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준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없답니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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