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주역' 식스맨 성장에 더 끈끈해지는 삼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울 삼성이 아시아 5개국 총 8개 팀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 마카오 서머 슈퍼8 2018 대회에서 우승 도전의 자격을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문태영이 부상 때문에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했고 김태술은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고 선수들의 훈련만 돕고 있다. 장민국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은 마카오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54경기를 치르는 KBL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주축 선수들이 빠지는 위기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위기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전력의 밑바탕을 이루는 잇몸을 얼마나 탄탄하게 만들어놓았는지에 따라 한 시즌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삼성은 서머 슈퍼8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블랙워터 엘리트(필리핀)에 졌지만 라이징 제퍼 후쿠오카(일본), 광저우 롱라이온스(중국) 등 난적들을 연파하고 B조 2위를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지난 21일 준결승전에서는 인천 전자랜드를 84-74로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전자랜드는 조별리그 A조에서 3연승 무패행진을 달성한 팀이다. 1패 뒤 3연승을 달린 삼성은 22일 오후 결승에서 광저우와 리턴매치를 벌인다.

비시즌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국가대항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기 속에서 차기 시즌 팀 전력에 힘을 보탤 자원들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현재 팀의 주축은 김동욱과 이관희다. 김동욱은 4경기 평균 13.3점, 4.0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이관희는 평균 19.5점을 올려 대회 전체 출전선수 중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천기범과 김현수는 김태술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장민국은 전자랜드와의 4강전에서 3쿼터 11득점을 몰아넣는 등 빼어난 활약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의 결승 진출을 이끈 주역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전자랜드전 승리 주역 중 한명으로 차민석을 꼽았다. 신장 194cm의 포워드 차민석은 빅맨 역할을 맡아 골밑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차민석은 "키가 작지만 우리 팀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골밑에서 버티고 궂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슈터 최윤호는 정규리그 때 팀에 외곽슛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치있는 활약을 펼칠 선수라는 사실을 증명해나가고 있다.

결승 진출의 중요한 발판이 된 광저우전과 전자랜드전에서 4쿼터 결정적인 3점슛은 대부분 최윤호의 손끝에서 터져나왔다.

신장 198cm의 프로 2년차 센터 홍순규는 다가오는 2018-2019시즌 김준일과 임동섭 등 군 입대자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골밑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전력이다.

홍순규는 그동안 국내 연습경기 때 대학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한 반면, 프로 팀 선수들을 상대로는 아쉬움을 남길 때가 많았다.

그는 서머 슈퍼8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홍순규는 "프로 선수들을 상대할 때는 자신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여기에는 나보다 키가 큰 선수들도 많아 진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웨이트를 더 보강해 시즌 때는 공격보다는 수비로 동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을 당한 주축 선수들이 복귀하고 외국인선수가 가세하면 식스맨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탄탄한 벤치는 장기 레이스에서 팀 전력의 기복을 줄이는 바탕이 된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가 되어 더 끈끈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서서히 팀 전력의 조각을 맞춰나가고 있는 삼성이다.

[삼성 차민석. 글 = 마카오공동취재단,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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