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숙의 딥썰] 사이먼 도미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래퍼 사이먼 도미닉, 혹은 쌈디가 기존과는 달라진 음악으로 '열일' 중이다. 긴 공백기를 깨고 알에서 나와 힙합신의 메이저 AOMG 수장 자리도 내놓으며 마이너한 자신만의 세계로 파고든다.

사이먼 도미닉은 지난 6월 정규앨범 'DARKROOM: roommates only' 이후 한 달 사이에 싱글 'Me No Jay Park'을 공개했다. 이센스와 함께 했던 슈프림팀부터 솔로 래퍼 사이먼 도미닉까지, 그동안 그의 음악은 날카로우면서도 위트가 있었다. 또한 대중적인 사랑 노래에는 다양한 감성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사이먼 도미닉의 앨범은 한층 어둡고 침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래퍼이자 인간으로서 사이먼 도미닉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느껴질만큼 자신을 그려내는 '정진철'로 대표되는 앨범은 건조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사이먼 도미닉 특유의 랩플로우가 느껴지지만 위트있는 랩핑은 최대한 자제하고 가사에 주력하며 표현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사이먼 도미닉 스스로 에픽하이의 '노땡큐'에서 언급했던 공백기에 대한 부채감은 결국 'Me No Jay Park'까지 이어졌다. AOMG 대표직 사임의 변을 담은 이번 신곡은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같다는 인상을 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쾌했던 '쌈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사이먼 도미닉의 음악은 낯설다. 특히 최근 힙합신에서는 가벼운 멜로디와 밝은 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만큼, 주류 래퍼 안에 있던 사이먼 도미닉의 행보는 의아하다. AOMG 사단의 멤버들과 충분히 대중적이면서도 '힙한 음악'으로 음원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음에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다크룸'을 끄집어냈다.

요즘 누가 남의 고뇌에 귀를 귀울일까. 그럼에도 사이먼 도미닉은 음악으로 고뇌를 담아냈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찌질해보일만큼. '나 혼자 산다'에서 일상을 공개한 그는 의기소침하고 별거 없는 하루를 그대로 보여줬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른 래퍼들이 스웨그 넘치는 삶으로 선망을 사는 것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렇게 사이먼 도미닉은 솔직하게 '나'를 보여준다. 달라진 그의 음악은 결국 지나칠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무겁게 담아내고 있다.

[사진 = AOMG 제공]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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