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서울서 HONNE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You can keep me warm on a cold night."

영국 출신 일렉트로닉 듀오 HONNE(혼네)의 그룹명은 '본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란 뜻의 일본어 '本音(ほんね)'에서 비롯되었다. 일본 특유의 문화인 겉으로 드러내는 말 '다테마에(建前)',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속마음'이 '혼네'다.

HONNE의 공연이 그러했다.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사운드시티 페스티벌.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HONNE는 1시간30분여 동안 그들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쏟아내 폭염에 지친 한국 관객들을 감동에 흠뻑 젖게 했다.

'포갓 미 낫(Forgot Me Not)'을 필두로 '미&유(Me&You)', '아이 갓 유(I Got You)', '데이 원(Day 1)' 등 한국 팬들이 사랑하는 노래들은 앤디 클러터벅의 다정한 목소리와 제임스 해처의 시크한 연주가 어우러지며 7월 밤의 서울을 사랑으로 채웠다.

음원으로 듣는 것과 라이브로 듣는 것에 격차가 있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HONNE였지만, 이날 서울 공연에선 음원으로는 미처 전하지 못한 HONNE의 '진심'이 있었단 게 가장 의미 있는 발견이었다.

한국 팬들을 향해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랑해요"를 외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린 것은 물론이고,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그룹명처럼 '진심'을 전하기 위해 애쓴 HONNE였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은 HONNE가 한국 팬들에게 사랑 받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노래 '웜 온 어 콜드 나이트(Warm On A Cold Night)'를 불렀을 때였다. 앤디가 무대에서 내려와 스탠딩 관객들 사이로 들어가 함께 노래를 '떼창' 했던 순간이다.

앤디와 한국 관객들이 수 차례 같은 구절을 반복해 노래하며, 공연장에 울려퍼진 사랑의 찬가.

"You can keep me warm on a cold night. Warm on a cold, cold night(넌 이 추운 밤에도 날 따뜻하게 해줘. 이 차갑고 추운 밤에도 따뜻하게)."

그제야 비로소 우리의 무더운 밤도 열기를 내리고, HONNE의 '진심'이 불러낸 시원한 바람에 온몸을 내맡길 수 있었다.

[사진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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