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홈런 마진, 누가 웃고 울었나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KBO리그는 '홈런의 시대'다. 6일까지 열린 526경기에서 1236개의 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2.35개다. 때문에 예전에 비해 홈런의 희소성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여전히 홈런만큼 경기 분위기를 단번에 바꾸기 좋은 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홈런을 많이 때려도 그 이상의 홈런을 내준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올시즌 누가 홈런을 많이 때렸으며 더 많은 마진을 남겼을까. 반대로 어떤 팀이 홈런 때문에 고개를 떨궜을까.

[사실 하나] 홈런 군단 SK, 마진도 압도적 1위

SK는 자타공인 '홈런의 팀'이다. 타자친화적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거포들을 수집했고 효과를 보고 있다.

SK는 홈런 마진도 점차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4년만 해도 115개 홈런을 때리고 153홈런을 맞아 -38이라는 초라한 마진을 남겼다. 2015년에도 -8(145홈런, 153피홈런)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31(182홈런, 154피홈런)을 만들었고 한 시즌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쓴 지난해에는 234홈런을 때리고 154피홈런을 기록해 마진이 +80에 이르렀다. 때린 숫자에서는 단연 1위였으며 154피홈런은 최소 5위였다.

올해는 더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고 있다. SK는 103경기에서 172홈런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압도적 1위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피홈런. 마운드가 안정되며 최소 3위에 해당하는 홈런(116개)만 허용했다. 가장 많이 때리고, 세 번째로 적게 내준 것이다.

타자 친화적인 홈을 쓰지만 홈과 원정 차이는 크지 않다. 홈 49경기에서 91홈런을 때리고 58개만 내줘 +33을 기록했다. 원정 또한 54경기에서 81홈런에 58피홈런을 기록, +23을 남겼다. 덕분에 홈런 마진에서 +56을 기록, 2위 롯데(+33개)를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또한 7월 이후로만 보면 SK 마운드는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홈런(23개)만 내줬다.

또한 SK의 대표적 홈런 타자들의 경우 홈과 원정 차이가 크지 않다. 홈런 선두 제이미 로맥은 홈(48경기 15개)보다 원정(52경기 20개)에서 홈런을 더 많이 때렸다.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최정 역시 마찬가지(홈 44경기 15홈런, 원정 42경기 16홈런)다. 김동엽도 홈 12개, 원정 11개, 한동민도 홈 15개, 원정 12홈런으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경우 SK 중장거리 타자들이 오히려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둘] KT, 2번째로 많이 때리고 가장 많이 맞고

지난해 팀 홈런 9위(119개)에 머문 KT는 올시즌 홈런의 팀으로 변신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황재균의 경우 16홈런에 만족하고 있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가 29홈런을 폭발시키며 KT 홈런 개수를 늘리고 있다. 박경수 또한 시즌을 3분의 1 가량 남겨 놓은 시점에서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22개)를 이뤘으며 신인 강백호는 18홈런을 기록, 20홈런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덕분에 KT는 145홈런으로 SK에 이어 이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KT가 홈런 효과를 극대화하지는 못했다. 정확히 때린 홈런만큼 홈런을 내줬기 때문. KT 마운드는 145홈런을 기록,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홈런을 내줬다. 자칫 2000년 SK의 195피홈런, 2016년 삼성의 193피홈런, 2000년 한화의 189피홈런을 뛰어 넘을 위기다.

LG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투수친화적 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는 매년 홈런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110개로 최하위였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있다면 그만큼 적게 맞았다는 것이다. LG는 지난해 124피홈런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홈런을 내줬다.

올해 LG는 홈런 순위에서 7위(115개)로 올라섰다. 문제는 투수들의 피홈런 숫자도 늘어났다는 것. 120피홈런을 기록, 최소 4위에 만족하고 있다.

[사실 셋] 7월 이후 승률 1위 삼성, 홈런 마진에도 드러나

삼성의 홈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과 함께 대표적인 홈런 구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해 이 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145홈런을 기록, 7위에 머문 반면 187홈런을 내줘 최다 1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시즌을 앞두고는 이승엽까지 은퇴해 홈런 타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다린 러프 정도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98홈런(9위)을 때리고 130홈런(최다 3위)을 맞아 마진이 -32개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7월 이후만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삼성은 7월 이후 15승 2무 9패를 기록, 10개 구단 중 승률이 가장 높다. 그리고 홈런 마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7월 이후만 보면 삼성은 27홈런을 때리고 24홈런을 맞아 플러스 마진으로 전환했다. 특히 24피홈런은 SK에 이어 2번째로 적은 숫자다. 대표적인 타자 친화 홈구장을 쓰는 팀 투수들의 대반전이다.

[사실 넷] 홈런 마진과 관계없는 한화-롯데 성적

홈런 마진 순위와 팀 순위가 비슷한 팀들이 많다. 홈런 마진 1위인 SK는 팀 순위 2위, 팀 순위 1위인 두산도 홈런 마진 3위를 기록 중이다.

홈런 마진 5위인 LG는 팀 순위 4위, 팀 순위 5위인 넥센은 홈런 마진 6위다. KIA는 팀 순위와 홈런 마진 순위가 일치한다. 팀 순위 최하위인 NC는 홈런 마진도 -36으로 꼴찌다. KT의 경우 팀 순위(9위)와 홈런 마진(4위) 격차가 크지만 피홈런만 보면 10개 구단 중 최다다.

한화와 롯데는 홈런 마진 순위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한화는 99홈런으로 이 부문 8위, 피홈런은 123피홈런으로 최소 5위에 올라 있다. 투수들의 피홈런 숫자가 적지 않지만 평균자책점 2위(4.63)를 기록 중인 안정적인 마운드를 바탕으로 시즌 내내 상위권에 올라 있다.

롯데는 홈런 마진과 순위만 보면 이상적이다. 타자들은 138홈런을 때려 3위에 올라 있으며 투수들은 105피홈런으로 최소 1위다. 홈런 마진은 +33으로 SK(+56)에 이어 2위다. 그럼에도 순위는 8위에 머물러 있다. 역시 아쉬움은 마운드다. 롯데 투수들은 홈런은 적게 내줬지만 평균자책점은 5.27을 기록, 8위에 머물러 있다.

▲ 2018시즌 홈런 마진 (6일까지)

SK 172홈런(1위) 116피홈런(최소 3위)= +56개

롯데 138홈런(3위) 105피홈런(최소 1위)= +33개

두산 136홈런(4위) 109피홈런(최소 2위)= +27개

KT 145홈런(2위) 145피홈런(최소 10위)= 0개

LG 115홈런(7위) 120피홈런(최소 4위)= -5개

넥센 122홈런(5위) 130피홈런(최소 9위)= -8개

KIA 118홈런(6위) 129피홈런(최소 6위)= -11개

한화 99홈런(8위) 123피홈런(최소 5위)= -24개

삼성 98홈런(9위) 130피홈런(최소 8위)= -32개

NC 93홈런(10위) 129피홈런(최소 6위)= -36개

[SK 제이미 로맥과 최정(첫 번째 사진), KT 황재균과 멜 로하스 주니어(두 번째 사진), 삼성 다린 러프(세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SK가 밝힌 '문광은-강승호 트레이드' 이유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