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인투수 합작 30승, 2016년 40승을 바라본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합작 30승.

KBO리그에서 외국인투수가 성공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전형적인 타고투저리그다. 타자들이 투수의 실투를 용납하는 법이 없다. 파워와 선구안, 정교한 배트 컨트롤이 투수들의 발전 속도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볼이 빠른 게 (투수에게)유리한 건 맞다. 그러나 150km을 던져도 경기운영, 변화구 구사능력이 없으면 맞는다"라고 말했다. 신인급 투수들의 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거론하다 나온 말이었다. 결국 KBO 모든 투수에게 해당된다.

게다가 외국인투수의 경우 낯선 한국타자들, 한국만의 낯선 환경을 극복하면 자주 맞붙는 특성상(팀간 16차전) 상대의 현미경 분석을 이겨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마운드에서의 모든 루틴이 타 구단 분석자료에 저장된다. 특정 투구패턴으로 1년 내내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두산 세스 후랭코프, 조쉬 린드블럼은 돋보인다. 14일 잠실 SK전서 후랭코프의 컷패스트볼, 체인지업은 돋보였다. 투심, 커브까지 장착한 후랭코프는 확실히 까다롭다. 린드블럼 역시 롯데 시절에 장착한 포크볼을 적절히 활용한다. 꼭 높은 비중이 아니더라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타이밍이 돋보인다.

이들과 1년 내내 교감하는 특급포수 양의지와 국가대표급 내야 수비수들, 국내에서 가장 드넓은 잠실구장까지. 그렇게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은 외국인투수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KBO리그서 승승장구한다. 이처럼 주변환경이 좋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잘한다. 두산에서도 실패한 외국인투수가 있었다.

후랭코프가 16승 고지에 오르면서 다승 단독선두를 굳게 지켰다. 눈에 띄는 건 린드블럼(14승)과의 합작승수가 30승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리그 다승 1~2위, 10개 구단 외인투수 합작 최다승은 기본이다.

이들은 2년 전을 정조준한다. 당시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있었다. 니퍼트가 22승, 보우덴이 18승을 따내면서 무려 40승을 합작했다. KBO 역사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대기록이다. 통합우승의 발판이었다.

두산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31경기를 치른다. 단순계산을 해보자.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은 각각 6차례 정도 등판한다. 총 12차례 등판한다고 볼 때 10승을 보태면 니퍼트, 보우덴과 동률을 이룬다. 분명 쉽지는 않다.

그러나 두산의 압도적인 전력을 감안할 때,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휴식기에 재정비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할 때 2년 전 기록을 넘어서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천취소 경기를 소화할 시즌 막판에는 경기 스케줄이 고르지 않다. 순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이 무리하게 추가 등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운용하면 6차례 이상 나설 수도 있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합작 40승에 돌파하지 못해도 두산은 이미 외국인투수로 재미를 본 시즌이다. 분명한 건 외국인투수들이 엄청난 승수를 따내면, 그 팀은 잘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산은 2년 전과 올해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올해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은 장원준과 유희관의 부진을 완벽히 상쇄한다. 두산으로선 두 외국인투수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후랭코프와 린드블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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