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와 공존, 무관심이 능사는 아냐

지난 6일 오전에 방영된 EBS1 '고양이를 부탁해' 시즌2는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일본 아이노시마의 현재와 과거를 소개했다.

아이노시마는 일본 후쿠오카현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두시간이면 한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로 작다. CNN에서 선정한 세계 6대 고양이 명소 중 하나로 백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고양이들의 낙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곳에서 고양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은 ‘무관심’이었다. 적당한 무관심으로 서로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람을 피해야 할 이유가 없어 어디를 가든 고양이와 마주친다. 선착장에 내린 수의사를 낯선 고양이가 반겼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고 놀란 MC 박지선이 “길고양이예요?”라고 묻자 수의사는 “섬에 사는 길고양이예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노시마의 주민들은 고양이를 보살피지 않는다. 자연에서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것이다. 때문에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고양이를 해치는 일은 없다. 고양이라는 동물의 좋고 싫음을 떠나 이웃사촌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썩 내키지 않는 변화가 찾아왔다. 수의사는 4년 전 아이노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와 지금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그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지만 고양이들의 삶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는 외부인이 고양이에게 간식이나 사료를 줄 수 없다. 4년 전에는 없던 규칙이었다. 지금까지 아이노시마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들고 온 먹거리들이 문제였다. 고양이들에게 준 먹거리가 개체 수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의사도 “예전보다 고양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고양이의 삶에 인간이 개입한 결과였다. 아이노시마는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고심 끝에 새로운 규칙을 만든 것이다. 먹이가 줄어들면 개체 수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남아있는 고양이들의 삶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아파 보이는 고양이들이 화면에 자주 잡혔다. 수의사는 “외부 관광객의 유입으로 인한 전염병이 확산되고, 좁은 섬에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이 돌고 돈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면역력이 약한 새끼들의 생존 확률이 낮아진다. 성묘라 해도 약한 개체는 전염병에 고통받으면서 살아야 한다. 고양이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료나 보살핌은 없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체도 없다. 고양이들의 삶에 개입하지 말자는 의견이 불문율처럼 굳어져 있는 곳이다. 치료를 명목으로 한 개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수의사는 “외부인을 대상으로 한 소독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아이노시마 고양이들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다면 첫째로 아픈 고양이 치료, 둘째로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 진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은 이미 고양이의 삶에 개입했다. 고양이는 사람에 의해 변해버린 자연에 적응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진 = EBS1‘고양이를 부탁해’화면 캡처]

김민희 min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