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펫로스 증후군, '가족 잃은 것과 동일한 충격'

펫로스 증후군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서로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키우는 반려인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사람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O씨는 두 달 전 15년을 동고동락한 강아지를 떠나보냈다. 나이 때문에 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출근하기 전까지 반갑게 배웅해주는 모습을 보고 나왔기에 충격은 더 컸다.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처음 한 달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감정적 동요가 심했다. O씨는 “슬픔과 관련된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어봤다고 장담할 정도로 힘들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말했다.

펫로스 증후군은 쇼크, 현실 부정, 절망감, 수면장애, 우울증,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와 동일한 반응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가족을 잃은 것과 동일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지난 2014년에는 장례를 치르는 동물은 폐기물에서 제외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부쩍 최근 들어 O씨처럼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상실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 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려동물의 수명이 다 하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국내 반려동물 붐은 2000년대 초중반에 크게 일어났다. 그 당시 입양된 강아지들이 이제는 모두 노령견이 됐다. 개의 수명은 10~13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품종과 크기, 영양 상태에 따라 수명이 더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처음 경험하는 현상인 만큼 오해와 편견도 있다. O씨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회사에 월차를 신청했을 때 상사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왜 그런 것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냐”고 따졌다. 그 후로도 상사는 “개가 죽은 게 무슨 대수냐”며 “그렇게 개가 좋으면 집에서 개만 키워라”는 식의 폭언을 일삼았다. O씨는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의 죽음에 공감하고 위로해줬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도 분명히 공존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시건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 중 35.1%가 6개월 동안 슬픔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반려동물과 애착관계가 강할수록 슬픔의 정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과 관계는 조건 없는 사랑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죽음으로 인한 슬픔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법적으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가족상을 당한 것과 동일하게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O씨는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pixabay]

김민희 min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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