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호밀밭의 반항아’, 진실한 작가를 꿈꾼 ‘전설의 파수꾼’ 탄생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청년 시절, 문학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지나왔을 것이다. 기성 체제의 거짓과 위선에 대한 반항으로 학교를 뛰쳐나와 뉴욕 거리를 배회하던 홀든 콜필드는 1951년 소설이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도 청춘의 가슴을 뒤흔든다. 그를 모르고서 어찌 청춘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호밀밭의 반항아’는 은둔작가로 유명한 샐린저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세밀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성장영화다.

냉소적인 성격 탓에 대학에서 쫓겨나고 방황하던 아웃사이더 샐린저(니콜라스 홀트)는 모두가 선망하는 사교계의 스타 우나 오닐(조이 도이치)을 만나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유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가업을 잇길 원하는 아버지와의 갈등, 출판사의 끊임없는 거절, 첫사랑의 실패,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전쟁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실의에 빠진다.

대니 스트롱 감독은 ‘샐리저 평전’(케니스 슬라웬스키 지음, 김현우 번역)을 바탕으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샐린저의 삶을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과 교직시켜 그려냈다. 평전이 밝혀낸 사실과 소설 속 홀든 콜필드의 이야기를 정밀하게 연결시켜 전설의 파수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학교에서 뉴욕 거리에 이르기까지 홀든 콜필드가 겪은 세계는 거짓과 위선, 불의와 폭력이 가득한 곳이었다. 실제 샐린저 역시 담당교수의 거짓말에 등을 돌렸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영화는 샐린저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홀든 콜필드가 어떤 배경에서 창조됐는지를 깊이있는 시선으로 관찰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진실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샐린저의 헌신과 정직에 존경을 보낸다. 극 초반부 그의 스승은 “아무 것도 보상 받지 못할지라도 평생을 글 쓰는데에 바칠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샐린저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좌절을 이겨내고 꿈을 포기하지 않은 위대한 작가가 이 시대 청춘에게 보내는 ‘스스로를 믿는 힘’에 대한 진심의 메시지가 타자기 소리에 실려 관객의 마음에 울릴 것이다.

[사진 = 디씨드]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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