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감독 "'암수살인' 통해 우릴 돌아봤으면…형제 같은 곽경택 덕에 가능" [MD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암수살인'이 실화의 힘을 제대로 발휘,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개봉 1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 현재 350만 스코어 달성을 목전에 두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와 그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실화극이다. 범인을 찾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던 기존 범죄 수사물의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살인범의 자백을 토대로 피해자를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신선한 재미는 물론 묵직한 메시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히 이 영화는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김태균 감독이 지난 2012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에피소드를 우연히 접하고,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나 무려 6년간 공들여 취재한 끝에 완성했다.

김태균 감독은 "'암수살인'은 내 인생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정말 2012년도부터 지금까지 '암수살인'에만 집중해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약 5년 정도를 붙들고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연출하고 완결을 위해 끝까지 달려갔다. 그런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니 허무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더라"라고 가슴 벅찬 심경을 전했다.

전작은 2012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감동 실화 '봄, 눈'이었다. 그런 그가 상반된 범죄 장르에 눈길이 갔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김태균 감독은 "'봄, 눈'이 개봉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출자로서 철학, 태도를 돌아봤다. 반성을 많이 했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다"라며 "그러다 2012년 11월 초, 우연히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봤는데 눈을 못 떼겠더라. 피해자를 찾아야지만 범인의 말이 진실이라고 증명되는 아이러니함, 역설적인 상황에 호기심이 갔다. 그래서 바로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짜고짜 뵙긴 그러니까, 신뢰감을 드리기 위해 내가 연출한 영화의 DVD를 들고 형사님을 찾아뵀다. '취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라고 정중히 물었었다"라며 "다행히 형사님께서 진정성을 보시고 흔쾌히 받아들여주셨다. 그 뒤로 꾸준히 형사님을 취재하면서 자료 조사를 했다. 형사님 말씀이 자신과 같은 결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당시엔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때라고. 김태균 감독은 "그땐 형사님이 일선에서 내려오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었다. 현재 진행형이었기에 굳이 영화로 다룰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셨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암수살인'을 끝까지 밀어붙인 김태균 감독. 그는 다른 무엇보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형사님의 열정과 집념 때문이었다"라며 기획 의도를 강조했다.

김태균 감독은 "형사님은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증거쪼가리'라고 여긴 것을 지나치지 않은 분이다. 오직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건 수사에 전념하셨다. 형사님마저 관심을 돌리셨다면 아마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지도 모른다. 그 파수꾼 같은 형사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고 싶었다. 이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 만들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관심을 갖길, 환기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또한 김태균 감독은 '암수살인'의 제작자이자 각본에 참여한 곽경택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보냈다. 그는 "곽경택 감독님과의 인연은 벌써 22년이 넘었다. 감독님께 영화를 배웠다. 영화적인 유전자가 섞여 있다"라며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김태균 감독은 "홀로 몇 년 동안 '암수살인'을 준비하다가 곽경택 감독님께 제작을 부탁드렸다. 감독님이 없으셨다면 '암수살인'도 나오지 못했을 거다. 형제 같은 분이라서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좋은 지원군을 만나 완성했다"라며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칭찬을 듣는다면 모두 곽경택 감독님 덕분이다. 사실 신인 감독이 이 싸움을 하기는 힘들다. 곽경택 감독님이 있어,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사진 = 쇼박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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