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설리, f(x) 팬들이 받은 상처는 잊었습니까?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내 상처가 아프면, 남의 상처도 아픈 법이다. 이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설리가 '진리상점' 첫 회에서 지난 연예계 활동을 돌이키며 "하라고 하면 하고, 이걸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느 순간부터 자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왜 해야 하지?' 저랑은 그 옷이 안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활동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걸그룹 f(x) 시절을 가리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시 설리는 수 차례 태도 논란을 일으켰던 멤버였다. f(x)로 무대에 올라놓고 무성의하게 춤을 추는 장면이 여러 번 목격됐다. '하기 싫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프로답지 않게 설렁설렁 춤춘다며 설리를 가리켜 '설렁이'라고 혹평했다. 이번 발언으로 설리의 당시 속내가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설리는 2015년 f(x) 탈퇴 후 3년 동안 f(x)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다. 태도 논란 해명은커녕, 탈퇴에 대해 팬들이나 남은 멤버들에게 전하는 말조차 없었다. 이제와 3년 만에 겨우 꺼낸 발언이 f(x) 시기를 자신과 '안 맞는 옷'이라고 폄하했다는 데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f(x) 팬들에 예의가 아닌 까닭이다.

설리가 불성실한 무대로 온갖 태도 논란에 휘말렸을 때, 설리를 감싸주고 대신 비난 받은 이들이 바로 f(x) 팬들이다. 설리가 속으로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생각하며 춤을 설렁설렁 췄을지 몰라도, 그때 f(x) 팬들은 설리를 지키고자 전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설리는 f(x) 팬들에게 상처만 줬다. 그룹 활동은 불참하고 공개 연애와 개인 활동만 활발히 해 팬들을 실망시키더니, 끝내 무책임하게 탈퇴하며 f(x)의 도약을 꺾었다. 그 시절 f(x) 팬들이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형언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진리상점' 속 설리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호소하며 '설리의 편이 되어 주세요'라고 읍소하고 있다. 이게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지금껏 f(x) 팬들의 상처는 외면한 설리 아닌가. 남에게 준 상처는 나 몰라라 하고 나만 상처 받았다고 토로하는데 어떻게 공감하겠는가.

설리가 떠나고 4인조로 재편한 뒤 f(x)는 지난 2015년 노래 '4 Walls'로 힘겹게 다시 일어섰다. 한 음악방송에서 1위 트로피를 차지하자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 등 남은 멤버들은 서럽게 울었다. 데뷔 첫 1위를 했을 때에도 그렇게 울지 않았던 f(x)다. 팬들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설리는 그때 f(x)와 팬들이 왜 그토록 목놓아 울었는지 아는가. 알면 이러면 안된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진리상점', 엠넷 방송 화면]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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