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맨체스터 더비 전술 분석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주장처럼, 나흘 사이 유벤투스와 맨체스터 시티 원정을 연속해서 치르는 일정은 가혹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두 팀 모두 맨유보다 위에 있고 이탈리아까지 비행기를 타고 왕복해야 했다. 게다가 폴 포그바는 부상을 당했고 로멜루 루카쿠도 정상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선수 영입에 불만이 컸던 무리뉴에게 맨체스터 더비전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유벤투스전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포그바가 제외된 가운데, 무리뉴 감독은 마루앙 펠라이니를 선택했다. 역삼각형 중원은 펠라이니 네마냐 마티치, 안데르 에레라 3명으로 구성됐다. 무리뉴는 포그바 없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미드필더 후안 마타까지 제외했다. 지극히 무리뉴 다운 수동적인 대처다.

맨체스터 시티 역시 케빈 데 브라위너가 부상을 당했지만 나머지 포지션에 전력 누수는 없었다. 르로이 사네 대신 리야드 마레즈가 선발로 나섰고 베르나르두 실바가 다비드 실바와 함께 ‘더블 플레이메이커’를 맡았다. 그리고 페르난지뉴가 후방 홀딩 미드필더로 나섰다.

(맨시티 4-3-3 포메이션 : 31에데르손 - 2위커 5스톤스 14라포르테 22멘디 - 25페르난지뉴 20베르나르두실바 21다비드실바 - 26마레즈 7스털링 10아구에로 / 감독 펩 과르디올라)

(맨유 4-3-3 포메이션 : 1데헤아 - 18영 12스몰링 2린델로프 23쇼 - 27펠라이니 21에레라 31마티치 - 14린가드 11마시알 10래쉬포드 / 감독 주제 무리뉴)

무리뉴 감독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맨시티 ‘반대발 윙어(스털링, 마레즈)’의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사실상 3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웠다.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중앙에서 사이드로 이동하는 ‘윙플레이메이커’에 자주 공간을 허용했다.

맨시티 팬들 사이에서 일명 ‘쌍실바’로 통하는 다비드와 베르나르두는 스털링과 마레즈가 중앙에 있을 때 사이드로 빠지며 맨유 수비 뒷공간을 침투했다. 무리뉴는 펩 과르디올라의 ‘크로스 체인지’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다비드실바가 측면으로 빠져도 에레라가 무작정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면 스털링에게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이 쫓아가면 센터백과 거리가 멀어져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스털링에게 더 많은 위험을 노출하게 된다. 딜레마다.

심지어 맨유는 3명의 미드필더가 ‘쌍실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에레라는 실수를 연발했고 펠라이니와 마티치는 발이 느렸다. 민첩한 대처가 불가능했던 이유다.

전반 12분 만에 나온 맨시티의 첫 골도 두 명의 실바가 합작했다. 스털링이 맨유 페널티박스 우측 지역에서 크로스를 시도할 때, 베르나르두는 중앙이 아닌 반대편 사이드로 빠르게 쇄도했다. 그리고 다시 안으로 연결한 크로스를 측면에 있다가 중앙으로 들어온 다비드실바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루크 쇼의 수비를 질책할 수도 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가 중앙이 아닌 측면으로 빠졌을 때 맨유의 전술적인 대처가 전체적으로 부족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페르난지뉴에게 엄청난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맨유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세우지 않으면서, 페르난지뉴를 향한 압박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통 이럴 경우 최전방 공격수가 내려와 압박을 시도해야 하지만, 마커스 래쉬포드는 역습에만 대비했다. 또한 아이메릭 라포트테와 존 스톤스가 공을 갖고 전진하면 누굴 막아야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어쨌든, 덕분에 맨시티는 아주 손쉽게 점유율을 가져갔다.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페르난지뉴는 전진 패스부터 중거리슈팅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실제로 맨유는 경기 시작 75초가 지날 때까지 아무도 공을 터치하지 못했다. 맨유의 첫 터치는 117초 만에 나온 펠라이니의 어깨였다.

맨유는 후반 초반 또 한 번 수비적인 실수로 아구에로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교체로 들어온 루카쿠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한 골을 추격했지만, 경기 전체를 지배한 전술적인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마타와 알렉시스 산체스를 투입하자, 과르디올라 감독도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스트라이커 아구에로를 빼고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을 투입했다. 스털링이 원톱으로 갔고 베르나르두실바가 오른쪽 윙어로 이동했다. 그리고 귄도간은 스털링이 맨유 센터백을 유인해 만든 뒷공간을 파고들어 베르나르두실바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귄도간의 추가골은 무려 44번의 패스 끝에 나온 득점이다. 맨유는 마타와 산체스가 들어간 뒤에 오히려 점유율이 더 떨어졌다. 그리고 ‘수비형’ 에레라가 나오고 ‘공격형’ 마타가 들어가면서 중원이 얇아졌다. 그로인해 귄도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3-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맨유 입장에선 ‘역습 아이디어’가 부족했다. 구체적으로 맨시티의 어느 곳을 공략할지 불분명했다. 당연하게도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맨시티 왼쪽 풀백 벤자민 멘디가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는 점을 고려할 때 원톱에 산체스를 두고 린가드보단 래쉬포드를 오른쪽에 배치하는 게 더 나앗을지도 모른다. 중앙으로 들어오는 린가드는 멘디에게 편안한 수비를 제공했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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