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첫방, 음악 예능에 '썸' 뿌리기 [김미리의 솔.까.말]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입맞춤’은 음악 예능을 표방한 관찰 연애 프로그램일까.

5일 밤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 ‘입맞춤’이 첫방송 됐다. 소유, 송소희, 문별, 펀치, 산들, 남태현, 최정훈, 손태진, 딘딘 등 9명의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천생연분 보이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 선택과 탈락의 위기를 오가는 음악 예능프로그램.

이날 방송에서 9명의 출연자들은 1차 매칭에 나섰다. 밴드동, 클래식동, 퓨전동으로 각기 이동했고 이곳에서 남녀 듀엣 팀을 결성했다. 팀을 이루기 위해 매력 어필 시간도 가졌다.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뮤지션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유-최정훈, 송소희-남태현, 문별-산들로 이뤄진 팀이 결성됐다. 선택을 받지 못한 딘딘-손태진-펀치도 뭉쳐 팀을 꾸렸다.

이후 각 팀은 서로를 알아갔고, 듀엣곡을 연습한 후 공연을 펼쳤다. 소유와 최정훈이 영화 ‘스타 이즈 본’의 OST ‘Shallow’를 열창하며 감미로움을 선사했으며 송소희와 남태현이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호흡을 맞추며 섞이기 힘든 장르임에도 최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첫 방송에서는 두 팀의 노래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 시간이 넘는 방송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히 감동적인 무대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뮤지션들의 듀엣 무대 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거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듯싶다. 곳곳에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분위기가 묻어났기 때문. 뮤지션 대 뮤지션이 아니라 썸을 타는 남녀 사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달달한 배경 음악이나 자막, 카메라 앵글, 편집 등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음악 예능인지 관찰 연애 프로그램인지, 이도 저도 아닌 줄타기가 오히려 번잡스러운 느낌을 안겼다.

방송이 전파를 타기 전 청춘남녀들이 한 공간에 모여 케미를 나눈다는 점에서 ‘하트시그널’과도 비교됐던 ‘입맞춤’. 이에 정미영 PD는 “남녀 가수가 모이니까 썸 같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무대를 많이 생각했다”며 “찍으면서 ‘하트시그널’과 비슷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우리는 음악 예능이다. 매 회 가수들이 노래를 속성으로 선택해서 부르는데 ‘이렇게 멋있는 무대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이 있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렇게 멋있는 무대가 나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면 그 멋있는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 결과물을 오롯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썸 같은 과도한 양념 없이도 가수들의 듀엣 무대만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첫회. 과연 ‘입맞춤’에 썸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사진 = KBS 2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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