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은의 안테나] 은퇴 선언 승리, 피해 여성 향한 사과는 잊었습니까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십자가 진 줄 아는 파렴치한 도망자다.

그룹 빅뱅의 승리가 자신이 '국민역적'이 됐다며 돌연 은퇴 선언했다. 주변인들에게 피해 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고통 받은 피해 여성들을 향해선 일언반구 없다.

빅뱅 마지막 멤버로 겨우 데뷔했던 승리는 재치 있는 말재간 덕에 TV에 나오면 빵빵 터졌다. 다만 사건사고도 쉴 새 없이 터졌다. 사소한 말실수부터 사생활 논란, 교통사고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그래도 대중은 빅뱅의 울타리 안에 있는 막내 승리를 감쌌다. 그렇게 그는 '승츠비'(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유래한 별명)란 화려한 수식어 속에 살았다.

정말 자신이 영화 속 개츠비라도 된 줄 알았던 걸까. 클럽 사업, 요식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승리는 SNS와 각종 방송에서 휘황찬란한 삶을 뽐냈다. MBC '라디오스타'에서 공개한 생일파티는 자부심도 대단했다. 선정적인 산타 복장의 여성들을 트로피처럼 곁에 세운 승리는 뿌듯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여러 셀럽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고 인맥 비즈니스라던 승리는 결국 제 발등을 찍었다.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에서 성범죄, 마약 유통, 탈세 등의 정황이 포착되며 파문이 확산됐는데, '카톡방'까지 폭로되며 승리의 지인들이 연루된 의혹으로 확산됐다.

게다가 성접대 지시 의혹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불법 촬영 공유 의혹도 터졌고, 논란의 '카톡방' 안에 승리와 클럽 관련자들을 비롯해 또 다른 남성 스타들까지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려했던 '승츠비'가 졸지에 사회적 사건의 피의자로 전락한 순간이다.

그러자 승리는 은퇴를 발표했다. "한 달 반 동안 국민들로부터 질타 받고 미움 받고, 국내 모든 수사기관들이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역적으로 몰리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다. 또 "나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 주는 일은 스스로 용납이 안 되어서"다.

억울함과 원망으로 점철된 승리의 은퇴 사과문에는 숭고한 배려가 넘쳤다. 함께 일했던 동료, 친구들이 피해를 입게 될 수 있으니 자신이 모든 걸 짊어지고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지워졌다. 피해자는 승리의 주변인이 아니다. 웃으면서 가볍게 소비했던 불법촬영 영상에 등장한 여성, 의식 없이 버닝썬에서 끔찍한 성 유린을 당해야 했던 여성들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승리는 추락한 자신과 빅뱅의 위상과 동료 남성 가해자들을 우려하고 있다. '직접 한 게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핑계는 더 이상 무력하다. 수많은 여성 팬들을 비롯한 대중에게 두루 사랑받았던 승리, 피해 여성들에게 먼저 사과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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