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덤보’, 꿈에 대한 팀 버튼 감독의 대답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지고 태어나,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서커스단의 웃음거리가 된 '덤보'. 1차대전에서 한 팔을 잃은 왕년의 서커스 스타 '홀트(콜린 파렐)'와 그의 아이들, '밀리'와 '조'가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유능한 사업가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덤보'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접근한다. 매력적인 공중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함께 하늘을 날게 된 '덤보'는 그의 친구들과 함께 환상적인 쇼를 둘러싼 어둠의 비밀을 발견한다.

‘고딕의 영상시인’으로 불리는 팀 버튼 감독의 전작에 비해, ‘덤보’는 한결 부드럽고 따뜻하다. 가슴 뭉클한 모성애를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인 아웃사이더들이 뭉쳐 덤보의 탈출을 돕는 이야기는 푸른 하늘을 비상하는 덤보의 자유로운 몸짓과 어우러져 답답한 현실을 박차는 통쾌함까지 안겨준다. 덤보가 서커스를 펼치는 장소 이름이 ‘드림랜드’ 안의 ‘콜로세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탈출은 세상의 호기심을 자극해 돈을 벌려는 쇼 비즈니스의 허상을 무너뜨린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19년이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데, 세상은 잠시나마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시기였다. 1920년대 미국이 ‘재즈 시대’로 불리며 흥청망청 거리다 1929년 대공황을 맞았던 사실을 떠올려 보라. 이 무렵, 반데비어는 ‘드림랜드’를 차려놓고 인간이 비행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는 꿈을 전시해 놓았다. 1919년에 우주에 대한 동경보다 더 멋진 꿈이 어디 있었겠는가.

팀 버튼은 과연 꿈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첨단 놀이기구에서 자유롭게 놀고, 우주선에 올라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이 진정한 ‘드림’일까.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회가 강요하는 꿈은 비슷하다. 더 크고, 더 높고, 더 화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라는 것. 그러나 국가와 사회 또는 자본가들이 추구하는 꿈은 소외된 자들까지 포용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홀트와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현실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 “그러게 아이들의 말을 잘 듣지”라는 대사가 두 번 반복된다. 반데비어는 아이들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꿈만 추구하다 모든 것을 잃는다. 팀 버튼은 과거 인터뷰에서 “‘내 속에 있는 어린이를 토닥여주는 일’,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덤보’도 밀리와 조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밀리가 영화 마지막에 환하게 웃으며 영사기를 돌리는 모습은 꿈에 대한 팀 버튼의 대답이다.

꿈은 어린이의 마음속에 있다.

[사진 = 디즈니]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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