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 느껴졌다” SK, 전태풍 영입 배경과 기대감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은퇴 기로에 놓였던 베테랑 가드 전태풍(39, 180cm)이 SK에서 새 출발한다. 내부적으로 전태풍 영입 건에 대해 찬반이 갈렸지만, 문경은 감독은 전태풍이 보여준 절실함에 마음을 열었다. 결국 심사숙고 끝에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서울 SK가 FA 협상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최부경(5년·보수총액 4억 5,000만원), 김우겸(2년·6,000만원) 등 내부 자원 2명과 재계약한 SK는 FA 시장에서 가드 전태풍과 센터 김승원을 영입했다. SK는 전태풍과 계약기간 1년 보수총액 7,500만원에 계약할 예정이고, 김승원의 계약 조건은 4년 보수총액 2억원이다. 2명 모두 인센티브 없이 100% 보장된 금액이다.

전태풍의 행보는 ‘최대어’ 김종규(DB)와 더불어 초미의 관심사였다. 전태풍은 KBL 데뷔 후 총 7시즌을 함께 한 전주 KCC에서 상징성이 큰 선수였다. 또한 미디어데이, 올스타전 등 KBL이 진행하는 주요 이벤트의 ‘치트키’와 같았다. 하지만 KCC는 2018-2019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전태풍에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했다.

전태풍은 KCC와 협상이 결렬된 후 “금액적인 부분은 큰 욕심이 없다.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팀은 많지 않았다. 어찌됐든 KCC와 결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나이가 많은 것도 걸림돌이었다.

SK 역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태풍 영입을 결정했다. “팀 내에서도 반반이었다”라고 운을 뗀 문경은 감독은 “실력은 모두 인정하는 선수다. 팀이 어려울 때 풀어줄 능력이 있고, 여전히 15분 정도는 뛸 수 있다. 다만, 우리 팀은 FA로 베테랑을 데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상실감을 갖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영입의향서를 제출하기 전, 문경은 감독 역시 반신반의하며 전태풍과 만났다. 간절함이 보이지 않으면 영입 의사를 접겠다는 마음가짐이었지만, 전태풍은 문경은 감독과 만나는 과정부터 미팅에 이르기까지 간절함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FA로 공시된 직후 문경은 감독에게 직접 전화하는 등 만나기 전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터였다.

문경은 감독은 “팀 분위기를 깰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거나, 간절함이 안 보이면 마음을 접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의지, 간절함이 느껴졌다. 이대로 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했고, (김)선형이와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보였다”라고 말했다.

실제 전태풍은 김선형이 KBL에 데뷔한 이후 줄곧 김선형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왔다. 문경은 감독은 전태풍의 활용도에 대해 “선형이가 매 경기 잘할 순 없다. (정)재홍이가 있지만 백업가드 보강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전)태풍이가 외국선수와 2대2를 잘하는 부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은 감독은 더불어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선 문태종(전 현대모비스)이라는 좋은 사례가 있다. (전)태풍이도 문태종을 보며 느낀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야간훈련이나 개인기라는 측면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선수들도 상실감보단 선의의 경쟁,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겼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문경은 감독은 이어 에피소드도 전했다. 문경은 감독은 “FA 결과가 나온 후 전화했는데, 아직 기사를 못 본 태풍이는 은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팀이 영입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니 그 어눌한 목소리로 ‘진짜요~?’ 하더라. 울 듯한 목소리로 기뻐했고, 그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제 전태풍이 문경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할 일만 남았다.

한편, 전태풍과 함께 SK 유니폼을 입게 된 김승원도 문경은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12년 12월 29일. 문경은 감독은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 도중 작전타임에서 상대팀 선수인 김승원을 “한국의 키 큰 애”라고 표현했다. 이는 중계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웃음을 안겼다.

“작전타임 땐 급하다 보니 말이 그렇게 나왔다. 우리 팀 선수가 됐으니 이제 절대 이름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웃은 문경은 감독은 “빅맨이 많지만, (김)민수와 (최)부경이는 부상이 있다. 젊은 선수여서 장기적인 측면도 고려했다. 그래서 4년 계약을 한 것이다. 빅맨은 데리고 있으면 분명 자산이 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전태풍(상), 김승원(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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